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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디, 일본 웹툰 시장 돌풍… ‘품격을 배반한다’ 연재 2주. 거래액 10억 원 돌파
    콘텐츠 플랫폼 기업 리디(대표 배기식)가 자사의 웹툰 ‘품격을 배반한다’가 일본 최대급 웹툰 플랫폼 ‘메챠코믹’에서 연재 2주 만에 거래액 10억 원을 돌파했다고 16일 밝혔다. 일본 골든위크 기간에 맞춰 처음 공개된 이 작품은 연재와 동시에 주간 종합 랭킹 1위에 오르며 단숨에 인기작으로 떠올랐다. 웹툰 ‘품격을 배반한다’는 재정난에 빠진 가문의 헌신적인 장녀와 오만한 국왕의 외조카 간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리디의 글로벌 웹툰 구독 서비스 ‘만타(Manta)’에서 지난해 연간 인기 순위 2위를 차지하며 이미 글로벌 로맨스 판타지 팬들의 큰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이러한 인기는 일본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지난달 26일 연재를 시작한 이후 2주 만에 거래액 10억 원을 돌파하며 놀라운 흥행세를 과시했다. 일본 시장을 사로잡은 현지화 전략 리디는 ‘품격을 배반한다’의 일본 현지화에 심혈을 기울였다. 일본 독자의 특성을 고려해 많은 정보를 담은 프롤로그를 과감히 삭제하고, 작품의 몰입도를 높이는 섬세한 번역을 통해 일본 독자를 사로잡았다. 이러한 현지화 전략은 작품의 성공에 큰 역할을 했다. 리디의 또 다른 흥행작 ‘상수리나무 아래’ 역시 일본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상수리나무 아래’는 지난 2월 ‘메챠코믹’에서 연재 30일 만에 거래액 25억 원을 돌파했으며, 3개월 연속 월간 종합 랭킹 1위에 오르며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리디는 ‘상수리나무 아래’와 ‘품격을 배반한다’ 등 흥행작을 중심으로 일본 웹툰 시장 내 영향력을 더욱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리디 관계자는 “리디의 경쟁력 있는 웹툰이 연이어 흥행하면서 일본 웹툰 시장 내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리디의 고품질 IP를 중심으로 참신한 작품을 선보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리디의 성공 비결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과 독자의 취향을 고려한 작품 선정에 있다. 일본 웹툰 시장은 타국 작품이 자리잡기 어려운 시장으로 알려져 있으나, 리디는 이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리디는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와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을 통해 일본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또한, 일본뿐만 아니라 다른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지역별 독자의 취향을 반영한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할 방침이다. 리디의 웹툰 ‘품격을 배반한다’가 일본에서 거둔 성공은 한국 웹툰의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하는 사례가 됐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과 독자의 취향을 반영한 작품 선정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앞으로 리디가 어떤 새로운 작품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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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5-16
  • 웹툰 작가 권리 침해 문제, 공정위 시정 조치에도 업계 불공정 계약 여전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웹툰 플랫폼 사업자들의 불공정 약관을 적발하고 시정 조치를 취했지만, 웹툰 작가들의 2차 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하는 문제는 여전히 업계 전반에 걸쳐 자주 발생하고 있다. 특히 소설과 웹툰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와 영화가 원작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올리는 상황에서, 출판사나 플랫폼이 자신들의 권리를 극대화하려는 불공정한 계약 조항을 추가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지난해 웹소설 공모전을 주최한 A사는 공모전 상금에 '원 소스 멀티 유즈(OSMU) 원고료'를 포함한다고 공지했다. 이는 2차 저작물에 대한 권리가 A사에 우선적으로 귀속되며, 2차 저작물이 만들어지더라도 작가의 수입은 순수익의 일정 비율로 제한된다는 의미다. 이 같은 계약 형태는 과거 큰 논란이 됐던 '구름빵' 사례와 유사하며, 공정위의 기존 판단과도 배치된다. 공정위는 2차 저작물에 대한 권리나 수익 배분은 원작자와 별도로 합의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최근 유명 작가 B씨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출판 계약서에 새롭게 등장한 2차 저작물 관련 조항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B씨는 별도 에이전시와 전속 계약을 맺고 2차 저작물 제작·중개 실무를 위임했음에도 불구하고, 출판사가 여전히 2차 저작물 관련 수익 배분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해 '검정고무신'의 고 이우영 작가 사망을 계기로 콘텐츠 업계의 불공정 계약 관행을 조사하고 있다. 네이버웹툰과 레진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웹툰 플랫폼들의 약관을 점검하고, 불공정 사항을 시정했다. 공정위는 이어서 오는 3분기에 출판사와 제작사 등이 사용한 콘텐츠 계약 약관 심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추가보상청구권 도입을 통해 원작자가 정당한 보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법적 보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유럽연합(EU), 독일, 미국 등은 이미 작가와 플랫폼 사이의 불균형이나 불공정 계약으로 인해 양자 간 이익이 현격히 벌어질 경우, 작가 측이 적절한 보수를 청구할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저작권법 개정안 4건이 발의됐으나 아직 국회 소관 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는 21대 국회의 임기 종료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해결해야 할 긴급한 문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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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5-10
  • 문재인 전 대통령, 가지산 정상 등정과 신간 발표
    지난 8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71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해발 1241미터 가지산 정상에 오른 것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인증하며 건강함을 과시했다. 이와 동시에 퇴임 후 첫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의 발간 소식을 공유하며, 지적 활동 능력 또한 여전함을 드러냈다. 문 전 대통령은 8일 오후 3시 42분경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울산 울주군 상북면 소재 가지산 정상에서 찍은 사진을 게시했다. 이 사진에는 어버이날을 맞아 아들 문준용, 딸 문다혜 씨 가족으로부터 받은 꽃다발을 지참한 모습이 담겼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의 등반을 '어버이날 선물'로 묘사하며 "어버이날효도는 뭐니뭐니해도 건강"이라는 해시태그를 추가해 강조했다. 같은 날, 출판사 김영사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첫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를 오는 20일 출간한다고 발표했다. 이 책은 최종건 전 외교부 차관의 질문에 문 전 대통령이 답변하는 대담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회고록은 문재인 정부의 외교와 안보 정책을 중점적으로 다루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와의 물밑 협상과 이들에 대한 평가를 포함한다. 회고록에서는 ▷김정은 위원장과의 도보다리 회동,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남·북·미 판문점 회동,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 ▷일본 수출규제 대응, ▷COVID-19 방역 등 문재인 정부 당시의 주요 외교적 및 국내외 안보 이슈들이 상세히 다루어진다. 이번 가지산 등정과 새 책 발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여전히 활발한 건강과 지적 활동을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보로 평가된다. 공개된 사진과 책을 통해 문 전 대통령은 문무 겸비의 모습을 국민에게 다시 한번 인식시켰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가지산 등정과 신간 발간은 그의 건강과 지속적인 사회적, 지적 기여를 동시에 강조하는 이벤트로, 한국의 정치적 리더십과 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그의 활동은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며, 문 전 대통령의 지속적인 공적 기여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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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5-09
  • 2024 인문가치대상 공모 시작
    재단법인 한국정신문화재단(대표이사 이동원)은 개인의 삶과 공동체의 질을 향상시키는 인문가치 실천자를 발굴하고 포상하기 위해 '2024 인문가치대상' 후보자 공모를 발표했다. 이번 공모는 사회에 따뜻함을 더하는 인문가치 실천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그 노력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인문가치대상은 2021년에 설립되어 올해로 네 번째를 맞이하며,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개인이나 단체의 노력을 발굴하고 시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지난 해에는 유교 문화와 전통 인성·인문 교육을 통해 인문가치를 확산시킨 삼보컴퓨터의 이용태 회장이 개인부문에서 대상을, 국내외 재난 구호와 사회 공헌 활동으로 생명존중과 인도주의의 가치를 실천한 (사)더프라미스가 단체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올해 공모는 7월 26일까지로, 선정된 최종 수상자에게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과 함께 상금이 주어진다. 수상자 발표 및 시상식은 오는 10월 말 '제11회 21세기 인문가치포럼'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한국정신문화재단은 인문가치대상과 21세기 인문가치포럼을 통해 사회적 고립과 공동체 붕괴 문제에 대응하며, 인문가치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모와 관련된 자세한 정보는 재단의 공식 웹사이트(www.kfce.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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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4-05
  • 챗GPT 활용, 신세대 전자책 집필 열풍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문화와 예술 분야에서도 큰 파급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인공지능 챗봇 '챗GPT'를 활용한 전자책 집필 활동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록키박과 손은숙 작가가 챗GPT와 공동으로 집필한 "챗GPT와 함께 만든 면접 합격 최종 전략"이 도서출판 SES생명샘에서 출간되었다. 록키박과 손은숙은 이 책에서 면접 전략을 세우는 데 있어 챗GPT와의 협업 과정을 소개하며, 인공지능의 분석 능력과 인간의 창의성이 만나 어떠한 신선한 전략이 탄생했는지를 공유한다. 이 책은 특히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의 도서 집필에서 출간까지를 집중 지도하는 나연구소에서는 지금까지 300여명의 작가를 배출하였다. 이번에 우경하 원장의 지도 하에 8명의 수강생이 4주 동안 각자의 전자책을 집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수강생들이 자신의 전자책을 집필하여 발간하기에 이르렀다. 우경하 원장은 작가로 등단한 문하생들을 네이버 인물검색에 등록하며, 실제로 작가로서의 첫 걸음을 내딛게 해주었다. 이 같은 활동은 문화예술 분야에서 새로운 창작활동을 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저작물들은 도서유통 전문 기업 유페이퍼를 통해 대중에게 소개될 예정이며, 알라딘 등 주요 온라인 서점에서도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인공지능의 활용이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문화계에서도 새로운 활동과 수확을 기대하고 있다. 전자책 집필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쉽게 표현하고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이는 문화와 예술의 성장과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되며, 앞으로도 이 같은 협업이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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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8-21
  • 저자와의 대화
    저자와의 대화 다섯 번째 시집 『중얼거리는 사람』을 낸 정병근 시인 정병근 시인 -본인 소개 부탁합니다. 저는 경주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20대 후반에 등단을 하고 본격적인 서울생활을 시작했으니까 35년 정도 되네요. 하숙방을 전전하면서 직장에 매달리느라 10여 년 동안 시를 못 쓰고 시인 친구들과 어울리며 술만 마셨어요. 열등감도 들었지요. 이번에 다섯 번째 시집을 내고 보니 여러 모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치기와 만용으로 보낸 젊은 시절이 좀 후회되기도 하고요... 지금 사는 상계동 아파트에는 23년째 살고 있습니다. 옥상에 올라가면 북한산과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봉우리들이 한 눈에 보여요. 이제는 이곳이 고향 같습니다. -이번에 낸 시집 『중얼거리는 사람』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주시지요. 『중얼거리는 사람』은 저의 다섯 번째 시집입니다. 등단 35년 차니까, 비슷한 시기에 등단을 한 동료 시인들이 8권~10권 정도의 시집을 낸 것에 비하면 과작이라 할 수 있겠지요. 저만의 우여곡절이 많았던 결과입니다. 이번 시집은, 모든 사물은 고유한 언어를 표상하고 있다는 전제 아래 인간의 말은 어떻게 발화하고 좌절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담은 시편들을 담았습니다. 이런 생각을 처음부터 기획하고 쓴 연작 시집은 아니고요. 한 편 한 편 쓴 것을 모아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경향의 시들로 묶인 결과가 되었습니다. ‘말은 어디로 가는가?’라는 질문은 몇 년 전부터 제가 붙들고 있는 화두이기도 합니다. 저를 포함하여 이 세계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한 말보다는 하지 않은 말, 하지 못한 말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수면위로 떠오른 말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지요. 스스로 통제하거나 외부의 억압에 의해 밖으로 나오지 못한 말은 결국 중얼거림이 되어서 죽을 때까지 그 사람의 몸속을 떠돈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 시집은 모든 ‘중얼거림’에 바치는 헌사로서 중얼거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시집을 출간하면서 느끼는 소회를 말씀해주세요. 사람들은 시인은 시만 쓰면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쓴 시를 발표하고 묶어서 시집을 내는 일 또한 쉽지 않습니다. 발표 지면은 모자라고, 시집의 경우 시인과 출판사 간의 생각이 일치하는 일이 드뭅니다. 물론 그렇지 않는 시인들도 있지만. 서사 자체에 가치를 두는 소설과 달리 시는 상징성이 강해서 미학적 내구성을 인정받는 일도 어렵고 출판사가 추구하는 경향에 맞추기도 힘듭니다. ‘No Thank You’ 식의 답을 받을 땐 상심이 크지요. 다행히 이번 시집은 출판사에서 흔쾌히 결정해주어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출판사에 연연하지 않고 인연이 닿는 대로 시집을 낼 생각입니다. 제 나이도 있고요... 시집이 많이 팔려서 출판사에 이익이 많이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다섯 번째 시집을 낸 동기는 무엇입니까? 시인이 시를 쓰고 시집을 내는 것은 당연합니다. 존재증명과도 같은 것이지요. 인생과 함께 가는 겁니다. 사는 동안, 중단 없이, 뚜벅뚜벅 걸어가야지요. 미완성인 채로 죽는 순간, 저의 시 인생이 비로소 완결될 겁니다. 시력 35년에 겨우 다섯 번째 시집을 내게 되어서 부끄러울 뿐입니다. 저의 게으름 탓입니다. -대표작 한 편과 그에 관한 해설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시집에 실린 시들은 모두 애착이 갑니다. 굳이 대표작을 고르라니까 갑자기 결정 장애가 오네요. 이번 시집 중에서 독자들이 읽으시기에 부담 없는 시 한편을 뽑아 올리고 나름의 생각을 달아보았습니다. 제목은 「다른 말이 있다」입니다. 내게는 다른 말이 있다/ 친절한 인사와 무난한 표정 너머/ 언뜻 보이는 하늘의 순간에/ 나의 말은 거기에 있다// 자문자답과 중얼거림 속에/ 바위들이 둥둥 떠다니고/ 나무들이 비처럼 내리꽂히는/ 모르는 것들이 외면하는 그곳에// 모래에 손을 넣고 다독이며/ 두꺼비와 거북을 불러 청하는/ 나의 새 말이 있다// 일생에 너 하나를 얻지 못한/ 나의 말은 폐습처럼 너의 귀를 돌아/ 수박 껍질을 핥으며 미끄러진다// 날랜 취향과 매끄러운 혀를 선호하는/ 그런 말은 나의 말이 아니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분명히 아닌/ 난생 처음 같은 말이 있다 - 「다른 말이 있다」 전문, 정병근 시집 『중얼거리는 사람』 중에서 말을 아무리 많이 해도 시원하지 않습니다. 뭔가 헛말을 한 것 같은 찝찝한 기분을 떨칠 수 없습니다. 말을 하고 나면 후회합니다. 그렇다면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어떤 말일까요. 살아가는 동안 저는 아직 한 번도 말다운 말을 하지 못한 것 같은 기분입니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분명히 아닌/ 난생처음 같은 말이” 있기는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평생 동안 그 말을 찾아 헤매는 사람입니다. -뷰티라이프 독자들께 한마디 해주세요. 25년 역사를 지닌 《뷰티라이프》는 미용계의 대표 언론매체로 알고 있습니다. 인터넷 기반의 《뷰티라이프사이트》와 《저널인뉴스》 등도 함께 하고 있지요. 저에게 귀한 지면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몸과 마음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은 삶의 기쁨과 행복을 찾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시를 쓰는 것도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과정일 것입니다. 독자여러분의 여유롭고 아름다운 생활에 저의 시가 조금이라도 기여한다면 좋겠습니다. 저의 시뿐만 아니라 모든 시인의 시를 사랑해 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시를 계속 쓸 거고요, 시집도 낼 겁니다. 산책을 하고 틈틈이 그림도 그리면서 자겸 자족하는 생활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작년에 이어서 내년 5월에는 두 번째 개인전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저는 오일 파스텔 재료로 그림을 그립니다. 혹시라도 저의 그림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꼭 보러 오시기 바랍니다. 요즘은 산책을 하면서 저의 철학적(?) 사유를 담은 에세이집을 한 권 내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지루한 저의 말을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가 너무 중얼거렸군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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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25

실시간 문학 기사

  • 가을과 낙엽에 대하여 {이외수의 책, 감성사전 中]
    <가을 - 이외수> 영혼마저 허기진 시인의 일기장 갈피로 제일 먼저 가을이 온다. 고난의 세월 끝에 열매들이 익고 근심의 세월 끝에 곡식들이 익는다. 바람이 시리고 하늘이 청명해진다. 사랑은 가도 설레임은 남아 코스모스 무더기로 사태지는 언덕길. 낙엽이 진다. 세월도 진다. 더러는 소리죽여 비도 내린다. 수은주가 떨어지고 외로움이 깊어진다. 제비들이 집을 비우고 국화꽃이 시든다. 국화꽃이 시들면 가을이 문을 닫는다. 허기진 시인의 일기장 갈피로 무서리가 내린다. 가을이 끝난다. 가을이 끝나도 외로움은 남는다. <낙엽 - 이외수> 수확의 가을이 끝나면 나무들은 잎을 떨구어 자신들의 시린 발목을 덮는다. 바람이 불면 세월의 편린처럼 흩날리는 갈색 엽신들. 모든 사연들은 망각의 땅에 묻히고 모든 기억들은 허무의 공간 속에 흩어져 버린다. 나무들은 인고의 겨울 속에 나신으로 버려진다. 낙엽은 퇴락한 꿈의 조각들로 썩어가지만 봄이 되면 다시금 푸르른 숲이 된다. 숲의 영혼을 덜어주는 이불이 된다. 지금은 고인이 된 故이외수 작가의 사색이 엿보이는 문장입니다. 품격있고 고독한 언어로 가을과 낙엽을 묘사하였습니다. 제법 선선해지고 푸른 잎이 노랗게 변해가는 가을 길목에서 故이외수 작가의 계절에 대한 관찰을 읽으며 가을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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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
    2023-09-26
  • 즉석 질문에 즐거울 락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123) 즉석 질문에 즐거울 락 김송포(1960~ ) 예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그거 아카데믹한 질문이오 붓으로 그림을 그리며 눈을 치켜뜨며 붕어라고 생각해 왜요 덕화가 촬영만 끝나면 가방 메고 가길래 어디 가냐고 물었더니 낚시를 간다고 하더군 낚시꾼이 낚시할 때 제일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오 붕어요 붕어는 잡았다가 놓아준다고 합디다 그저 좋아서 하는 거죠 나도 좋아서 하는 거요 내가 그림을 그리는 순간이 제일 재미있기 때문이오 당신들과 얘기 나눌 때 그림을 그려도 이해해 줄 수 있겠죠 나는 잠시도 손을 놓고 싶지 않소 시간이 아깝기 때문이오 나는 이상을 이상 이상이었다라고 소개하고 싶소 이상의 소설 『날개』알지 그거 하나면 충분해 그렸다가 버려두고 다시 붓을 잡고 그리는 그리는 그리는 그리고 버리는 버리는 버리는 붕어 또 질문 있어요 혹시 사후에 이 많은 그림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나는 현재 그리는 것도 버거운데 죽은 후까지 생각하고 싶지 않소 나의 그림으로 영생을 바라고 싶지 않소 그저 매일 좋아서 색칠하고 붙이고 오리고 덧칠하고 붕어처럼 바다에 놓아주고 잡고 놓아주고 반복만이 즐거울 락 김송포 시인 전북 전주 출생. 2008년 시집 『집게』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으로 『부탁해요 곡절 씨』 『우리의 소통으로 로큰 롤』이 있음. 『시문학』 우수작품상, 포항소재문학상, 푸른시문학상 수상. 2021년 상상인 시집창작지원금, 2023년 용인문화재단 예술 공모 지원 사업 선정. 현 ‘성남FM방송’ 라디오 문학 프로 진행자.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123번째 시는 김송포 시인의 “즉석 질문에 즐거울 락”입니다. 제게 누군가 ‘예술이란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예술이 무엇인지는 모르겠고, 단지 그것은 재미있어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하고 싶습니다. 예술은 만드는 사람이나 느끼는 자 모두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평소의 지론입니다. 예술 작품이 아니더라도 일상 생활도 가급적이면 재미있게 즐기며 하자는 생각 역시 같습니다.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란 공자 말씀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즐기며 하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 최상이라 여겨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송포 시인의 이 시는 예술론에 다름 아닙니다. 예술은 “그저 좋아서 하는 거”, 맞습니다. 화가는 “그리는 그리는 그리는” 사람입니다. 왜 그릴까요? “그리는 순간이 제일 재미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기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낚시꾼이 낚시할 때 제일 좋아하는 것이” “잡았다가 놓아”주는 것이 듯, 화가는 “그저 매일 좋아서 색칠하고 붙이고 오리고 덧칠”할 뿐이네요. “그런 반복만이 즐거울 락”이라니! 시인은 예술의 경지를 꿰뚫어보는 심미안을 가졌군요. 예술은 길고 버리는 작업은 끝이 없습니다. 【이완근(시인, 뷰티라이프 편집인대표 겸 편집국장)】
    • 문화
    • 문학
    2023-09-19
  • 챗GPT 활용, 신세대 전자책 집필 열풍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문화와 예술 분야에서도 큰 파급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인공지능 챗봇 '챗GPT'를 활용한 전자책 집필 활동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록키박과 손은숙 작가가 챗GPT와 공동으로 집필한 "챗GPT와 함께 만든 면접 합격 최종 전략"이 도서출판 SES생명샘에서 출간되었다. 록키박과 손은숙은 이 책에서 면접 전략을 세우는 데 있어 챗GPT와의 협업 과정을 소개하며, 인공지능의 분석 능력과 인간의 창의성이 만나 어떠한 신선한 전략이 탄생했는지를 공유한다. 이 책은 특히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의 도서 집필에서 출간까지를 집중 지도하는 나연구소에서는 지금까지 300여명의 작가를 배출하였다. 이번에 우경하 원장의 지도 하에 8명의 수강생이 4주 동안 각자의 전자책을 집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수강생들이 자신의 전자책을 집필하여 발간하기에 이르렀다. 우경하 원장은 작가로 등단한 문하생들을 네이버 인물검색에 등록하며, 실제로 작가로서의 첫 걸음을 내딛게 해주었다. 이 같은 활동은 문화예술 분야에서 새로운 창작활동을 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저작물들은 도서유통 전문 기업 유페이퍼를 통해 대중에게 소개될 예정이며, 알라딘 등 주요 온라인 서점에서도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인공지능의 활용이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문화계에서도 새로운 활동과 수확을 기대하고 있다. 전자책 집필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쉽게 표현하고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이는 문화와 예술의 성장과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되며, 앞으로도 이 같은 협업이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 문화
    • 문학
    2023-08-21
  • 고비에서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121) 고비에서 고운기(1961~ ) 아주 잠잠한 날도 병원 뒤쪽 언덕의 숲속 바위 턱에 가만 앉아 있으면 바람이 나뭇잎 살랑이더군 겨우 알아챌 만큼 실처럼 불어오더군 내 더운 몸 식히러 우주가 움직이는 낌새 수술을 마친 주치의가 말했어. 시뮬레이션해보니 5년 뒤 생존율 65%, 순간 작은 한숨을 들었는지 다시 젊은 의사는, 수치일 뿐이지만요, 급히 말을 고쳤어. 서로 약속한 듯 멋쩍게 미봉(彌縫). 5년 뒤, 그때 나는 65 아니면 35 어느 쪽에 들어 있을까. 남은 수명 헤아려지니 기다릴 일과 소용없는 일 가려지더군 그러라고 바람이 살랑이며 실처럼 다가오는데 나는 문득 내 눈 안에 총명하게 발을 담가 다오, 다짐하더군 고운기 시인 1961년 전남 보성군 출생. 연세대학교 대학원 국문학 박사. 한양대학교 문화컨텐츠학과 교수. 2007.04~2008.03 일본 메이지대학교 문학부 객원교수. 198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 『밀물 드는 가을 저녁 무렵』 『나는 이 거리의 문법을 모른다』 『구름의 이동속도』 『어쩌다 침착하게 예쁜 한국어』 등이 있다. <시힘> 동인.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121번째 시는 고운기 시인의 “고비에서”입니다. 고비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이 되어 가는 가장 중요한 단계나 국면’, ‘어떤 일이 되어 가는 데에서 매우 어려운 순간이나 국면’ 등으로 표현합니다. ‘절정’이나 ‘위기’ 등이 비슷한 뜻으로 쓰일 수 있겠지만 뉘앙스의 차이는 큽니다. 살아가노라면 “고비”를 맞게 되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그 고비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인생의 성패가 좌우된다고 말들을 합니다. ‘위기(고비)가 기회’라는 말도 있습니다만 이런 말들은 사경을 헤매는 경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사치일 뿐입니다. 죽음의 목전에서 느끼는 삶의 무게는 일상인들의 그것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형질임을 어렴풋이 짐작할 뿐입니다. 더구나 그것이 암(癌)이라면 더욱 그렇겠지요. “내 더운 몸 식히러 우주가 움직이는 낌새”를 느꼈을 때의 공포는 아마 말로 표현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죽음의 공포를 이겨낼 수 있는 초월적인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꼭 종교의 힘이 아니더라도 이것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의지의 산물이라고 여기고 싶습니다. 초월의지라고나 할까요. 이러한 의지 덕택으로 그리하여 “5년 뒤” “65 아니면 35”를 넘어 10년 뒤, 20년 뒤, 혹은 50년 뒤 생존율 100이라는 기적의 힘을 믿고 싶습니다. 아니 이것은 기적이 아니라 “고비”를 맞이하여 인간의 선한 의지가 실현할 수 있는 희망이며 약속입니다. 시의 힘이기도 합니다. 【이완근(시인, 뷰티라이프 편집인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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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
    2023-07-26
  • "칠칠이 최북의 서럽고 한스러운 생을 위로해주고 싶었습니다"
    저자 초대석 “칠칠이 최북의 서럽고 한스러운 생을 위로해주고 싶었습니다” 첫 장편소설 <붓, 한자루의 생>을 펴낸 최삼경 소설가 최삼경 소설가 -본인 소개 부탁합니다. 네, 저는 강원도 춘천에서 글도 쓰고, 술도 마시며 살고 있는 최삼경이라고 합니다. 학교 다니면서 공부를 열심히 아니 해서 대학교 졸업 후 여러 직업을 전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학교 다닐 때부터 책을 읽거나 무엇을 쓰기 좋아했지요. 그 덕분에 책을 읽고 쓸만한 직장을 다니기도 했고요. 암튼 지금까지 세 권의 책을 냈고, 이번이 제 첫 장편소설이니 이제 진짜 작가가 된 기분입니다. -이번에 낸 소설 <붓, 한자루의 생>을 간단하게 소개하면. 조선 조 영·정조 시절에 화가로 활동한 최북의 이야기입니다. ‘금강산도’, ‘공산무인도(空山無人圖)’등의 그림을 그렸지만, 우리에게는 제 손으로 제 눈을 찌른 일화의 주인공으로 더 유명합니다. 신분제가 엄연한 시대에 하층민의 예술가로 자신의 자존감을 지켜내기가 엄청 어려운 시대이기도 했지요. 걸핏하면 그림을 뺏거나 아주 싼값에 후려치는 양반들의 행태에 저항하는 한 예술가의 일대기를 정리해 본 것입니다. 역사 기록에는 ‘1712년에 태어나 그림을 그리다 한 겨울 골목길에서 동사했다’정도로 아주 짧게 나오는데, 이리 저리 전하는 에피소드는 적지 않은 편입니다. 그래도 그 삶의 행적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아 ‘최북이라면 이러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많은 부분 상상을 해서 써 봤습니다. -이번 소설을 내게 된 동기가 있다면? 말씀 드렸다시피 조선시대에 양반으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고생길이 환하게 열린 거지요. 그때나 지금이나 없는 사람들은 무척 힘들었지요. 그런 환경에서도 양반에게 지고 싶지 않아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낸 최북이라는 사람에게 엄청난 매력을 느꼈지요. 조선시대 화가로서 붓을 다루는 재능이 남달랐으나, 가문도 배경도 없던 칠칠이 최북의 서럽고 한스러운 생을 위로해주고 싶었습니다. 양반의 횡포에 자기 눈을 찌르는 것밖에 달리 대응할게 없었던 생입니다. 그러면서도 중국과 다르고, 또 양반과도 다른 자신만의 그림, 자신만의 예술을 추구한 예술인이자 다른 일은 안하고 자신의 그림을 팔며 살았던 우리나라 최초의 전업작가이기도 했습니다. 최북에 대해 아시는 분도 있고, 또 처음 접하는 분들도 있을 것인데 이번 기회에 이런 기막힌 삶을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처음으로 장편소설을 내게 된 소회 최북 화가의 그 신산하고 어려운 삶을 잘 그려내고 싶었지만 다시 읽어보니 순전히 욕심뿐이었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이전에 최북 화가를 소재로 한 소설이 두 권 정도 이미 나와 있었는데 이렇게 다시 써 낸 것은 그만큼 그분이 매력적인 삶을 살았던 증거가 될 듯합니다. 어떻든 오래전부터 나를 누르던 숙제를 한 기분입니다. 나중에 시간을 내어서 무주에 있는 최북기념관에도 인사를 드리러 다녀 올 생각입니다. -소설을 쓰면서 겪은 재미난 일화 처음에는 ‘어떻게 쓰나.... 그것도 장편소설을.....’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쓰기 시작하니까 생각보다 술술 잘 나갔습니다. 아마도 최북 선생이 저를 부르고 붓을 쥐어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료조사하고 구상하고 등등 꽤 시간이 걸렸는데 초고 집필 기간은 8개월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직장을 다니며 쓰는 것이라 시간이 많이 걸렸지요. 재미난 일화라고 하면 제가 막걸리를 좋아했는데 쓰는 기간 동안에는 가끔씩 술을 한잔 하면 꼭 내가 막 최북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지요. 그래서 나를 칠칠이라 불러달라고 했다가 술집 주인아주머니에게 혼도 나고 그랬지요. -뷰티라이프 독자들께 한마디 강원도청 대변인실에서 어공으로 19년 정도 일을 하고 은퇴를 했습니다. 도청에서는 지사님 인터뷰 자료나 기고 글 등 미디어 쪽 일을 맡아 했는데, 그러다 보니 지사님의 패션이나 헤어스타일을 많이 보게 되었지요. 근무기간 동안 세 분의 도지사님을 보았는데 다 개성들이 강하고, 집무스타일이 다르지만 한 가지, 헤어스타일은 무척 신경을 쓴다는 공통점이 있었어요. 그만큼 정치인들은 보이는 스타일을 굉장히 중요시한다는 얘기지요. 그러니 우리나라 뷰티, 미용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공이 크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앞으로의 계획 어렵사리 길을 내었으니 조금 더 멀리 다녀 볼 생각입니다. 아직 확정은 하지 않았지만 머릿속에서는 몇 가지 소재들이 싸우고 있기도 하고요. 암튼, 힘없는 주변의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가슴 따뜻해지고 깔깔 웃을 수 있는 이야기들을 써보고 싶어요. 그래서 여러모로 살기 힘든 우리들에게 국밥이나 커피처럼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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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
    2023-05-24
  • 저자와의 대화
    저자와의 대화 다섯 번째 시집 『중얼거리는 사람』을 낸 정병근 시인 정병근 시인 -본인 소개 부탁합니다. 저는 경주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20대 후반에 등단을 하고 본격적인 서울생활을 시작했으니까 35년 정도 되네요. 하숙방을 전전하면서 직장에 매달리느라 10여 년 동안 시를 못 쓰고 시인 친구들과 어울리며 술만 마셨어요. 열등감도 들었지요. 이번에 다섯 번째 시집을 내고 보니 여러 모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치기와 만용으로 보낸 젊은 시절이 좀 후회되기도 하고요... 지금 사는 상계동 아파트에는 23년째 살고 있습니다. 옥상에 올라가면 북한산과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봉우리들이 한 눈에 보여요. 이제는 이곳이 고향 같습니다. -이번에 낸 시집 『중얼거리는 사람』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주시지요. 『중얼거리는 사람』은 저의 다섯 번째 시집입니다. 등단 35년 차니까, 비슷한 시기에 등단을 한 동료 시인들이 8권~10권 정도의 시집을 낸 것에 비하면 과작이라 할 수 있겠지요. 저만의 우여곡절이 많았던 결과입니다. 이번 시집은, 모든 사물은 고유한 언어를 표상하고 있다는 전제 아래 인간의 말은 어떻게 발화하고 좌절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담은 시편들을 담았습니다. 이런 생각을 처음부터 기획하고 쓴 연작 시집은 아니고요. 한 편 한 편 쓴 것을 모아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경향의 시들로 묶인 결과가 되었습니다. ‘말은 어디로 가는가?’라는 질문은 몇 년 전부터 제가 붙들고 있는 화두이기도 합니다. 저를 포함하여 이 세계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한 말보다는 하지 않은 말, 하지 못한 말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수면위로 떠오른 말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지요. 스스로 통제하거나 외부의 억압에 의해 밖으로 나오지 못한 말은 결국 중얼거림이 되어서 죽을 때까지 그 사람의 몸속을 떠돈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 시집은 모든 ‘중얼거림’에 바치는 헌사로서 중얼거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시집을 출간하면서 느끼는 소회를 말씀해주세요. 사람들은 시인은 시만 쓰면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쓴 시를 발표하고 묶어서 시집을 내는 일 또한 쉽지 않습니다. 발표 지면은 모자라고, 시집의 경우 시인과 출판사 간의 생각이 일치하는 일이 드뭅니다. 물론 그렇지 않는 시인들도 있지만. 서사 자체에 가치를 두는 소설과 달리 시는 상징성이 강해서 미학적 내구성을 인정받는 일도 어렵고 출판사가 추구하는 경향에 맞추기도 힘듭니다. ‘No Thank You’ 식의 답을 받을 땐 상심이 크지요. 다행히 이번 시집은 출판사에서 흔쾌히 결정해주어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출판사에 연연하지 않고 인연이 닿는 대로 시집을 낼 생각입니다. 제 나이도 있고요... 시집이 많이 팔려서 출판사에 이익이 많이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다섯 번째 시집을 낸 동기는 무엇입니까? 시인이 시를 쓰고 시집을 내는 것은 당연합니다. 존재증명과도 같은 것이지요. 인생과 함께 가는 겁니다. 사는 동안, 중단 없이, 뚜벅뚜벅 걸어가야지요. 미완성인 채로 죽는 순간, 저의 시 인생이 비로소 완결될 겁니다. 시력 35년에 겨우 다섯 번째 시집을 내게 되어서 부끄러울 뿐입니다. 저의 게으름 탓입니다. -대표작 한 편과 그에 관한 해설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시집에 실린 시들은 모두 애착이 갑니다. 굳이 대표작을 고르라니까 갑자기 결정 장애가 오네요. 이번 시집 중에서 독자들이 읽으시기에 부담 없는 시 한편을 뽑아 올리고 나름의 생각을 달아보았습니다. 제목은 「다른 말이 있다」입니다. 내게는 다른 말이 있다/ 친절한 인사와 무난한 표정 너머/ 언뜻 보이는 하늘의 순간에/ 나의 말은 거기에 있다// 자문자답과 중얼거림 속에/ 바위들이 둥둥 떠다니고/ 나무들이 비처럼 내리꽂히는/ 모르는 것들이 외면하는 그곳에// 모래에 손을 넣고 다독이며/ 두꺼비와 거북을 불러 청하는/ 나의 새 말이 있다// 일생에 너 하나를 얻지 못한/ 나의 말은 폐습처럼 너의 귀를 돌아/ 수박 껍질을 핥으며 미끄러진다// 날랜 취향과 매끄러운 혀를 선호하는/ 그런 말은 나의 말이 아니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분명히 아닌/ 난생 처음 같은 말이 있다 - 「다른 말이 있다」 전문, 정병근 시집 『중얼거리는 사람』 중에서 말을 아무리 많이 해도 시원하지 않습니다. 뭔가 헛말을 한 것 같은 찝찝한 기분을 떨칠 수 없습니다. 말을 하고 나면 후회합니다. 그렇다면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어떤 말일까요. 살아가는 동안 저는 아직 한 번도 말다운 말을 하지 못한 것 같은 기분입니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분명히 아닌/ 난생처음 같은 말이” 있기는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평생 동안 그 말을 찾아 헤매는 사람입니다. -뷰티라이프 독자들께 한마디 해주세요. 25년 역사를 지닌 《뷰티라이프》는 미용계의 대표 언론매체로 알고 있습니다. 인터넷 기반의 《뷰티라이프사이트》와 《저널인뉴스》 등도 함께 하고 있지요. 저에게 귀한 지면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몸과 마음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은 삶의 기쁨과 행복을 찾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시를 쓰는 것도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과정일 것입니다. 독자여러분의 여유롭고 아름다운 생활에 저의 시가 조금이라도 기여한다면 좋겠습니다. 저의 시뿐만 아니라 모든 시인의 시를 사랑해 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시를 계속 쓸 거고요, 시집도 낼 겁니다. 산책을 하고 틈틈이 그림도 그리면서 자겸 자족하는 생활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작년에 이어서 내년 5월에는 두 번째 개인전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저는 오일 파스텔 재료로 그림을 그립니다. 혹시라도 저의 그림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꼭 보러 오시기 바랍니다. 요즘은 산책을 하면서 저의 철학적(?) 사유를 담은 에세이집을 한 권 내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지루한 저의 말을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가 너무 중얼거렸군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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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
    2023-04-25
  • 두 번째 시집 『그래, 라일락』 출간한,
    두 번째 시집 『그래, 라일락』 출간한, 하동의 딸 석민재 시인 석민재 시인 -본인 소개 하동에서 시를 쓰고 있는 석민재입니다. 작년 가을부터 준비하여 감자밭을 책방으로 만들어 현재 하동군 양보면에 <양보책방·다방>을 열었습니다. 농부 흉내를 내어 보다가, 사방천지로 자라나는 풀을 감당하지 못하여 밭을 개관하여 책을 심기로 가족들과 상의 후 시를 쓰고 있는 제가 이 터에 책을 심고 가꿔나가기로 동의했습니다. 2019년 첫 시집 『엄마는 또 나를 낳았다』 이후, 지난 2월 아버지 첫 기일에 두 번째 시집 『그래, 라일락』이 태어났습니다. 라일락 다섯 나무를 화분에 심어놓고 아직은 추워 책방 안으로 들였다가 볕에 내었다 하며 애타게 꽃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아!, 저는 2015년 <시와사상> 신인상으로, 2017년 《세계일보》로 등단했으며, 이제야 문예 창작 공부를 사이버대학에서 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집 『그래, 라일락』을 소개하면 출판사에서 저의 소개를 외가는 줄줄이 무당이 나오고, 친가는 연좌제로 붉었던 왼손잡이 시인이라고 말해놓았습니다. 맞습니다. ‘시를 쓸 수밖에 없었구나’ 하시면서 제 서사를 들어 주는 시우들이 있어 위로가 많이 됩니다. 시에 직접 ‘무당’과 ‘연좌’가 등장하는데요, 가족을 정말 평생, 고통으로 밀어붙였던 단어지만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부모님께서 지금 안 계시니 가능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첫 시집에 ‘불안’‘공포’‘불평’‘불만’이 가득했다면 이번 라일락에는 한층 더 성숙한 불안이 하얀 꽃으로 피어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른에, 이 세상에 대한 불평은 여전하지만, 드디어 ‘화해’하기 시작했거든요. 끝내는 ‘훨훨’ 날개 달았거든요. 읽는 동안 그리 불편하거나 갑갑한 느낌은 들지 않게 제가 곧 오십 살이 되는 것만큼 시에서, 삶에도, 저 자신에게도 ‘여유’는 아직 멀지만 ‘틈’을 내어주기 시작했거든요. -두 번째 시집인데 소회 첫 시집은 출간 후 긴장을 많이 해 어디론가 잠시 사라졌다가 늦게 우체국 가서 시집 발송도 하고, 아주 소극적 홍보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집은 출간하기 전 사라졌다가 시집을 받은 순간 우체국에 갔어요. 가장 먼저 축하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는 부산에 시집 한 바구니 들고 가 인사도 드렸고요, 세상에 제가 해설을 써 주신 평론가를 직접 만나 술도, 밥도 먹었습니다. 시집을 내고 이렇게 자축하고, 축하받는 것을 자연스럽게 하다니요. -이번 시집을 내게 된 동기 발표한 시 서른 편, 미발표 시 스물세 편이 시집으로 묶였습니다. 2019년 9월 이후 발표한 시가 시집 한 권 분량은 되지만 퇴고하면서 많이 버렸습니다. 시집 출간계약을 작년 4월에 하면서 원고를 10월 31일(2022년)에 드린다고 약속했습니다. 그 약속을 위해 계속 퇴고하면서 새로 쓴 시가 제 맘에 들어 시집이 완성되었습니다. 시집 출간 시기는 출판사에서 택하신 부분이지만 아버지 첫 기일을 앞에 두고 제게 먼저 특별송달로 챙겨주신 출판사의 배려에 깜짝 놀랐습니다. ‘시인의 일요일’에서 출간된 제 앞의 시집을 보면서 응원하고 있었는데요, 어느 날 관계자의 손글씨로 쓴 엽서 한 장을 받았습니다. 원고를 부탁한다는, 시인의 일요일에서 제게 오른손을 내민 날이었습니다. 저는 그 손을 잡았고 이렇게 라일락이, 『그래, 라일락』이 피었습니다. -대표작 한편을 소개하면. 내가 던지고 내가 받는// 쌍욕이다// 네가 던져도 내가 받는 모욕이다// 돌리고 돌리고 돌리다 보면// 칭찬 같은 치욕이다 일출에서 일몰까지// 어느 고리에 내 모가지를 걸아야 할까//망설이는 순간이 무덤이다// 무덤인 줄도 모르고 파는 우물이다// 아나, 마셔라!// 바가지째 들이켜는 굴욕이다// 대머리를 가리려고 쓴// 민머리 가발이다(<저글링을 하다> 전문) 시집의 선두에 놓은 시입니다. 누가 읽어도 ‘이게 바로 석민재지! 이게 바로 석민재표 시지!’라고 할 수 있는 시라서 그렇게 했고요, 이 시는 <반성문>입니다. 아무리 읽어도 모르겠다 하셔도 제겐 반성문입니다. 저글링은 원맨쇼입니다. 제가 한 행동이나 말을 그대로 제가 받는다는 일차원적 표현이지만, 제가 왜곡하며 살고 있지는 않을까에 대해 의심하며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남은 날을 잘 살겠다는 다짐의 시입니다. 반성문 쓰듯 쓴 시가 여러 편 있습니다. 나이에 맞는 사유로 시를 쓰는 것이 덜 부끄러운 일이지 않을까 저는 생각합니다. 어떤 정치인과 그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을 다루며 이 시를 읽어 놓은 것을 인터넷에서 보았습니다. 참 통쾌했습니다. 그러면서 세 아이의 엄마는 저 또한 늘 조심스럽고 염려가 많아 성인이 된 아이들의 언행을 아직도 단속합니다. 상처는 상처를 물고 다녀 마흔쯤 되면 억울하게 이마를 딱 콩, 맞았던 열 살의 순간도 기억나거든요. 말 잇기를 하듯 쓴 시 <저글링을 하다>처럼 눈앞의 일, 코앞의 일이라 긴장을 놓치기 마시고, 잘 살다가 좋은 사람으로 만납시다. -앞으로의 계획 <양보책방·다방>에서 즐겁게 살 겁니다. 나무 심고 풀 뽑고 좋아하는 토마토 모종 심어 빨갛게 익으면 따 먹고 나눠주면서 살 겁니다. 오셔서 하룻밤 자고 가시면 밥해드리고 아무도 안 오시면 시집 읽고 그러다 시 쓰면서도 살 겁니다. 손톱 아래 낀 흙으로 시를 쓸 것입니다. 그러다 오십대로 입문하고 시가 모이고 누군가 어느 날 원고 주십시오, 손 내밀면 그 손잡을 겁니다. -한 말씀 더... 시인 대 시인의 시간이지만 지금 마음이 참 편합니다. 지면으로 묻고 답하고 있지만 울 동네 큰 행님이 제 옆에서 말하고 있는 느낌이 들고, 이 이야기를 보는 독자들이 K-뷰티님들이라서 더욱 그리합니다. 눈 잘 감고 있다가 뜨면 앞 머리카락이 예쁘게 잘려있는 시간처럼 믿음이 갑니다. 자랑하겠습니다. 시인들이 실컷 부러워하게, 이 순간을 자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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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
    2023-03-29
  • "큰딸 결혼 선물로 시집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저자와의 대화 첫 시집 <기산리 개울물 소리>를 출간한 안기풍 시인(사진=본인 제공) -이번 시집 <기산리 개울물 소리>는 어떤 시집인지요? 파주시 광탄면에서 '캔 아저씨 근대사 박물관' 관장과 사설 도서관 '별천지 만권당(萬券堂)' 주인장으로 있으면서 2022년 계간 <아시아문예>에 시로 등단한 저의 첫 시집입니다. 제 시집 <기산리 개울물 소리>는 사람살이의 구체적 양상, 즉 질곡(桎梏)과 성취로 요약되는 체험을 간결한 시어와 생생한 이미지로 형상화했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이런 정서를 시집의 밑바탕에 녹아들게 함으로써 저 자신의 오늘 시작에의 열중과 시인으로서의 자기 정위(定位)가 결코 허명(虛名)에 매달리는 처세가 아님을 웅변적으로 보여줍니다. 28번째 이사 후 마음에 드는 집을 만났을 때의 기쁨과 자연이 주는 편안함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가족의 따뜻한 마음과 인생을 바라보는 여러 관점에 대한 생각들을 시로 담아 이번 시집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첫 시집을 내신 소감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어려서부터 책을 읽고 글쓰기를 좋아했지만 가정 형편상 계속할 수 없었습니다. 인생은 고난과 슬픔뿐이며 세상 속에 살다 보니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았습니다. 32년 동안 중소기업을 운영하다 보니 수십 가지의 직업은 저를 발명가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제 발명품 캐노픽스는 전 세계 34개국에 수출하고 전국에 대리점을 둘 정도로 사업이 안정되었고 그러다 보니 마음속에 공허함이 밀려왔습니다. 지인 소개로 프라도의 집 수녀원을 구입하게 되었고 작년 겨울 기산리로 이사를 왔습니다. 주변의 아름다운 산과 들, 집 가에 흐르는 개울물 소리, 정원에 있는 14그루의 적송은 계절마다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수많은 꽃들과 새 그리고 뒷집 강아지인 나의 친구 솔이, 제가 매일 詩를 쓸 수 있었던 환경이 저의 집 ‘솔의 정원’이었습니다. 특히 매일 들리는 기산리 개울물 소리는 시집 제목처럼 고향의 모습이 닮아 있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담담한 수묵화를 보듯이 마음이 쉬고 싶을 때 많은 사람들이 저의 詩를 읽고 조금이나마 휴식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습니다. -시집을 내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매일 늦은 밤, 한 편 이상의 詩를 쓰다 보니 오백 여 편의 글이 모아졌고 큰딸의 결혼 소식에 시집을 선물로 주고 싶었습니다. 또한 제가 환갑을 맞이하다 보니 나 자신에게도 선물을 주고 싶었습니다. 많은 지인들과 친척 그리고 저희 누나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시집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대표작 한 편을 추천하신다면? 모든 시가 애착이 가지만 어느 날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나서 써보았던 "보고 싶은 엄마"가 개인적으로는 이번 시집의 대표작입니다. 9남매를 둔 어머니로서 가난 때문에 아들 둘을 약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보낸 어머니의 슬픔 마음, 누구보다도 남은 7남매 어머니로 살아온 고난과 역경 그 마음을 환갑이 되어서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하늘을 보고 "엄마~ " 하고 불러봅니다. -하시는 일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시인/ 발명가/ 농부/ 기업인 / 박물관 관장/ 별천지 만권당 주인장이 저의 대표 직업입니다. 32년간 수많은 업종의 사업을 해 보았습니다. 의류 부자재 수출, 세탁기 자재 수출, 출판사, 코인 빨래방 프랜차이즈, 커피숍, 대형 창고형 마트, 건축자재 수출 등 많은 업종을 하였습니다. 지금은 캐노픽스 차양 제조 수출을 하며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광탄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으로 봉사도 하고 어려운 이웃도 돕고 학교에 장학금도 주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 캔 아저씨 근대사 박물관과 별천지 만권당을 운영하고 있으며 더 많은 골동품과 서적을 구입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역사와 배움의 장소로 제공하고 싶습니다. 애룡 호수에 도서관과 아트센터를 건립하여 문인들과 화가들이 마음 놓고 전시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또한 원송 문학회를 더욱 활성화시켜 많은 시인과 수필가들을 배출하고 싶습니다. *안기풍 시인 프로필 1963년 충남 연기 출생 시인/기업인/발명가/농업인 충남 연기군 출생 철탑산업훈장 수훈 (2014년) (주) 캐노픽스 대표이사 코리아핫픽스 대표 파주시 광탄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 파주 캔 아저씨 근대사 박물관 관장 별천지 萬卷堂 주인장 원송 문학회 정회원 아송 문학회 정회원 <아시아문예> 2022년 등단
    • 문화
    • 문학
    2023-03-03
  • 풍경과 삶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다
    여행 에세이집을 낸 차용국 시인 -본인 소개 자기 소개할 때면 늘 쑥스럽고 부끄럽기만 합니다. 어쩌면 특별하지도, 흥미로울 것이 별로 없는 일상의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듯합니다. 오래도록 직장 생활하면서 휴일이면 배낭을 메고 산길 강길 바닷길, 그리고 도시와 시골 마을의 골목길을 걸으며 살고 있습니다. 길을 걸으며 길이 보여주는 풍경과 길에서 들은 이야기와 길이 전하는 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그 느낌과 울림을 기록하는 일을 즐기며 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출간한 책 소개 시집 4권과 여행산문집 2권을 펴냈습니다. 시집은 출간 순으로 『삶의 빛을 찾아』, 『삶은 다 경이롭다』, 『사랑만은 제자리』, 『호감-다 사랑이다』 등인데, 초기 시집에는 제가 올랐던 산과 걸었던 강과 바다의 풍경, 그리고 그 길을 걸으며 느꼈던 서정과 생각이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을 듯합니다. 다만, 시심(詩心)도 내 안에서 항상 같은 풍(風)으로 고정된 것이 아니어서, 이후 시집에 실린 시도 점차 자연과 사회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이야기가 많아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말을 듣고 있습니다. 저는 시집을 내면서 꼭 주제별로 묶어서 내려고 하지는 않았고, 살면서 일정 기간 지은 시가 시집을 낼만한 분량이 되면 그동안 발표했거나 쓴 시를 정리해서 시집을 출간했습니다. 그래서 제 시집은 특정 주제를 강하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사회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당시의 삶의 실상과 서정에 가까울 듯합니다. 다만, 시집 중에서 『사랑만은 제자리』는 우리나라 전통의 정형 시조 음보에 맞추어 지은 시조집으로 구분할 수도 있을 것이고, 3권의 시집에 나누어 ‘길’이란 단일 제목의 연작시 67편이 실린 것이 특징이랄 수 있을 듯합니다. 여행산문집 『흔들릴 때면 경춘선을 타라』와 이번에 출간한 『그 소리를 듣고 싶다』 등인데, 먼저 둘 다 산행기 또는 여행기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두 권 다 산수의 풍경과 유래, 그러한 풍경과 유래에 얽힌 신화와 전설을 기본 내용으로 하면서, 그 속에서 살아온 또는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를 그려내려고 노력했습니다. 『흔들릴 때면 경춘선을 타라』는 국내의 산과 여행지에 관한 49편의 비교적 짧은 이야기와 독일 베를린에 관한 내용이고, 이번에 발간한 『그 소리를 듣고 싶다』는 서울 인근 마을과 지방 시군 지역의 여행 스토리 21편을 담았습니다. 걷기를 하다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생각하게 되는데, 그것 중에는 은유의 문학인 시로 짓기에 곤란한 부분도 있고, 오히려 산문의 서술 방식이 적절한 부분도 있어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예컨대, 산과 강과 바위와 거목에 숨어있는 신화나 전설, 시장과 사회의 생활 공간에서 사람들이 체험하는 사연들을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그 풍경과 서정, 그리고 의미를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글이라고 하겠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 싶다』 출간 소회 책을 내고 나면 홀가분한 기분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늘 아쉬움이 남게 되는데 이번도 그렇습니다. 특히 2019년 말에 창궐한 코로나19 영향으로 가급적 홀로 걷는 여행 방식을 선택하다 보니 함께 걷는 사람들과의 대화라든가 현지에 사는 사람들과의 진지한 소통이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걷기 여행이 꼭 자연의 풍경만을 보는 일은 아니어서, 그 풍경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꾸밈없는 삶의 모습이 충분히 보이지 않으면 뭔가 헛헛함을 느낄 수도 있을 텐데, 그런 부분들이 부족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곤 합니다. 함께 걷기와 홀로 걷기의 우열을 저울로 달거나 호오(好惡)를 따질 수는 없을 것이고, 두 걷기만의 독특한 장점과 필요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책이란 저자만의 것이 아니어서 독자의 눈과 마음으로 보면 함께 걷기와 홀로 걷기의 적절한 배합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번 여행산문집 소개 앞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이 책은 제가 걸은 산길 강길 바닷길, 도시와 시골 마을의 골목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그 길을 걸으며 보고 들었는데, ‘봄’과 ‘들음’은 둘이었다가 하나로 다져진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본래 제 안에 있었으나 떠나간 소리이기도 했고, 제 안에서 깨어난 소리이기도 했고, 제 안에 새롭게 들어와 문을 여는 소리이기도 했습니다. 길은 길로 이어지고, 길이 길을 만나 새로운 길을 만들었습니다. 길은 먼 과거에서 달려와 현재를 가로질러 미래로 나아갔습니다. 그래서 길을 걷는 것은 태고의 울림과 신화와 전설의 전언을 듣는 것이었고, 역사와 문화의 숨소리를 체험하는 것이었으며, 과학과 문학이 다투지 않고 어우러진 소리의 여백을 찾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걸으며 이념의 폭력과 허위에 멍든 소리를 들었고, 그래도 살아내는 경이로운 생명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던적스러운 이념의 억누름을 침묵으로 견뎌내며 살아내는 생명의 소리는 아름다웠습니다. 저는 비틀거리는 이념의 허깨비를 내보내고 생명의 환희로 가득한 길을 소망했습니다. 삶은 멀고 가까운 길을 배합하면서 바빴고, 두근거리는 환희의 기다림은 늘 지루했습니다. 행운은 멀리서 신기루처럼 부유했고, 삶은 늘 일상의 거리를 배경으로 무겁고 진지했습니다. 일상의 소리는 지친 듯 낮았으나 생명을 유전하는 진솔한 스토리를 내보냈습니다. 그 소리는 소소한 것으로 보였으나 함께 작은 벽돌을 쌓아 올리며 나누는 기쁨 같은 것이었고, 함께 커피를 마시며 나누는 정담처럼 따사로운 것이었습니다. 이 책은 제가 걸으며 길 위에서 길이 전해준 소리의 기록입니다. 제1부 생명의 소리에 10개, 제2부 일상의 소리에 11개의 소제목을 붙이고, 그 안에 몇 개의 작은 스토리를 담는 일은 멀어지는 세월의 뒤태를 바라보며 아련하고 아늑한 기억을 떠올리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제 눈과 귀가 기억하는 그 길의 풍경과 삶의 이야기를 독자와 나누고자 펴낸 책입니다. -여행 중에 생각나는 에피소드 특별한 에피소드는 아니지만, 가끔 걷기 여행하다 보면 엉뚱한 곳에서 뜻하지 않게 길을 잃기도 합니다. 길을 잃는 것은 꼭 깊은 산중이나 오지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어서, 잘 안다고 생각하는 익숙한 곳에서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합니다. 저는 늘 다니던 집 근처 노고산에서 길을 잃은 경험이 있습니다. 늘 다니던 길을 벗어나 새로운 길을 걸어보고 싶은 충동에 희미한 갈림길을 따라 숲에 들어갔다가 해가 넘어갈 때쯤 겨우 아주 낯선 곳으로 나왔는데, 그 막막하고 낯선 곳에서 저와 같은 사람을 만나 서로 소통하고 의지하고 친밀감을 나누면서 돌아왔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때 저는 우리의 삶도 길을 걷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익숙함’과 ‘낯섦’의 교차로에서 우리는 살아가는 것은 아닐는지? -앞으로의 계획 직장 생활을 하면서 주말과 휴일을 트래킹 하며 글을 쓰는 일은 즐거웠지만 늘 바빴습니다. 이제 저도 30년 넘게 다닌 일터를 정리하고 마무리할 때가 되었습니다. 조금 더 자유롭고 여유로운 걷기를 하면서 관찰하고 소통하고 사유하면서 글을 쓰고 싶습니다. 저에게 2023년은 새로운 신발끈을 맬 때라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매고 제대로 걷고 제대로 듣고 보고 제대로 기록하여 전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이런 저의 소망을 구현하기 위해서 어떻게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할 것인지 여러 방편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책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진정한 독자를 만나고 서정을 공유하는 일은 쉽지 않을 듯합니다. 책이 짐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고, 책은 읽은 사람만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이 독자에게 짐이 되지 않고 삶의 양식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 문화
    • 문학
    2023-01-04
  • 애벌레, 세상을 깊게 보는 법을 알려주다
    애벌레라는 독특한 소재를 바탕으로 에세이집을 낸 이상권 작가 -본인 소개 저는 전라도 함평에서 태어나 경기도 임진강 유역에서 지냈고,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했습니다. 어린 시절 본 수많은 풀꽃과 동물들의 삶과 생명의 힘을 문학에 담고 있습니다. 1994년 계간 『창작과 비평』에 소설을 발표하면서 이야기꾼이 되었고, 이후 일반문학과 아동. 청소년 문학의 경계를 넘어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단편소설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는 현재 고1 국어 교과서 수록된 유일한 생태소설입니다. 이 밖에도 중학교 교과서에 세 편의 글이 수록되었습니다. 『하늘로 날아간 집오리』를 비롯하여 10여 권의 책이 일어, 프랑스어, 독일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으로 소개되었습니다. 특히 그림책 『산에 가자』는 중국에서 화재의 책이 되기도 했습니다. -애벌레를 소재로 에세이를 쓰다니, 참 독특합니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저는 아직도 애벌레를 두려워하는 사람이고요. 그런데도 애벌레를 소재로 글을 썼으니, 제가 생각하기에도 놀라운 일입니다. 우리집은 전원주택이라서 늘 애벌레와 살아요. 2층에는 작은 카페가 있어요. 거기에서 애벌들이 살아요. 뭐 그렇다고 애벌레를 키우는 특별한 장치가 있는 것도 아니니, 와서 보는 사람들은 다들 실망하지요. 저는 애벌레는 좁은 곳에 가둬서 키우지는 않아요. 애벌레가 사는 나뭇가지를 잘라다가 물항아리에다 넣어줍니다. 보통 한두 마리 이상의 애벌레를 모셔오지도 않아요. 애벌레는 자연에서 사는 것처럼 살지요. 저는 커다란 나뭇가지의 물알 갈아줄 뿐입니다. 그리고 날마다 거기 앉아서 침묵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그들은 놀랍게도 역동이고, 우리가 잃어버린 모든 원형을 다 갖고 있습니다. 태초에 신이 생명을 만들어낸 그런 순수를 그들을 그대로 간직하면서도, 늘 새로움을 받아들이면서 살아가지요. 저는 늘 놀라면서 그들의 삶을 받아들입니다. 한 번씩 애벌레들이 번데기가 되고, 나방이 되어 떠나갈 때마다 인간의 한계를 느낍니다. 그렇게 애벌레들의 이야기를 하나 둘씩 쓰게 된 것입니다. 이 책 한 권에는 지난 20년간 애벌레와 살아온 이야기가 담겨져 있습니다. -이번 책의 출간 소회가 클 것 같습니다. 딸이 그림을 그리고 제가 글을 썼습니다. 책은 하얀 눈이 펑펑 내려 마당에 가득한 날 태어났습니다. 그걸 보는데 기분이 묘했습니다. 딸이 태어난 그날이 떠오르더라고요. 딸은 2월 초에 태어났는데, 아침에 태어나서 우리랑 만났다고 하여 ‘단후’라고 지었어요. 이 단(旦)자는 ‘해가 동산 위에 떠오르는 모양’을 그대로 표현한 상형문자 같아요. ‘아침단’입니다. ‘후(逅)’는 ‘우연히 만나다’는 의미입니다. 그렇게 우리랑 딸이 우연히 만난 날도 추운 겨울이었거든요. 그리고 우리랑 같이 살았던 참나무산누에나방이 숲으로 돌아가던 날이 떠올랐어요. 그 나방을 들고 숲으로 갔는데, 갑자기 나뭇잎이 팔랑거리면서 날아다니는 겁니다. 바람이 심하네, 하고 돌아다보다가 그것이 나방들이라는 사실을 안 겁니다. 그중 한 마리가, 우리랑 살았던 나방을 끌어안더라고요. 사람처럼 끌어안아요. 우리랑 살았던 놈이 암컷이었던 거지요. 순간 눈물이 핑 돌았어요. 먼 훗날 딸이 결혼하면 그런 느낌일까? 그런 생각들이 떠올랐어요. 그러면서 이 책속으로 들어와 숱한 이야기가 되어준 숱한 애벌레들이 떠오르더라고요. 그 인연에 감사하고, 나 역시 더 이상 욕심없이 살아가자 하고 생각했지요. 사실 이 책은 수많은 애벌레들이 저한테 준 선물이거든요. -이번 책이 갖는 의미가 있다면. 살다 보니, 이상하게도 생이 힘들 때마다 애벌레가 찾아왔습니다. 20년 전인데, 가까운 지인하고 사사로운 문제로 의견차이를 보였어요. 근데 그분이 단절하는 겁니다. 아, 그때 엄청 힘들었어요. 제가 워낙 좋아했던 분이라고 그랬는지 모릅니다. 하도 힘들어서 우울증까지 오고, 혼자 숲으로 숨어들기만 했죠. 그러다가 애벌레를 만난 겁니다. 누에 같은 녀석인데, 날마다 가서 녀석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져요. 저는 밤에도 가고, 비올 때도 가고, 그랬지요. 근데 녀석이 차가운 가을이 와서 고치를 짓지 않는 거예요. 이제 더 이상 먹을 것도 없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녀석의 몸에서 깨알만한 수백 마리 애벌레가 나오는 겁니다. 순간 놀라고, 분노했어요. 아니, 내 친구의 몸에서 저런 놈들이 나오다니! 저는 기생벌의 애벌레로 추정되는 그것들을 다 없애버리려고 하다가, 내 친구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마침 말벌이 다가오자, 내 친구가 온 몸을 흔들어서 말벌을 쫓아내는 거예요. 계속 그래요. 순간, 내 친구 애벌레한테는 저 기생벌의 애벌레가 자식이구나, 하는 생각을 한 거예요. 내 친구 애벌레는 기생벌 애벌레들이 다 고치를 짓자, 그제야 쭈글쭈글해지면서 나무 아래로 툭 떨어지더라고요. 순간 어머니가 떠올랐어요. 아, 이런 거구나! 그때부터 애벌레들 보면서 살았는데, 제가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이 글에 나오는 12마리 애벌레들 이야기는 다 그런 내용입니다. 저에게 세상을 보는 눈을 더 깊게 보는 법을 알려주었고, 진짜 생이란 버티는 것이라는 흔한 진리를 확인시켜준 존재들이지요. -따님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겠는데요. 이 책의 애벌레 그림을 그린 딸은 미술대학을 나왔고 지금은 타투리스트로 살고 있는데, 다른 청년들처럼 자신의 꿈과 현실 사이에서 무척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부모로서 이 세상의 선배로서, 기성세대로서 그저 미안할 따름입니다. 저는 재학시절에 제 후배들이 이렇게 힘들어하는 세상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런 딸에게 부모로서, 작가로서 힘을 주기 위해서, 이 책을 같이 하자고 했습니다. 그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딸은 화가로서는 무명작가이거든요. 그러니 출판사에서 그런 사람을 쓰려고 하겠습니까? 자기 자신도 그림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 선뜻 하겠다고 못 해요. 설령 그림을 그린다고 해도, 워낙 양이 많다 보니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다른 화가들이라면 출판사로부터 선인세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딸은 그렇게 할 수가 없었어요. 제가 사비로 용돈을 주면서 같이 책 만드는 일을 하였어요. 그렇다고 제가 딸이 그림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돈을 줄 수도 없어요. 그야말로 용돈수준을 지원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딸은 그렇게 이 책에 들어간 약 70점의 애벌레 그림을 그린 겁니다. 너무 대견하고 고맙지요. 제가 쓴 글을 보고 스스로 많은 위로를 받고, 자신의 살아가는 힘을 믿고 살아가는 애벌레처럼 조금은 마음이 단단해진 것 같아요. 애벌레는 아주 약한 존재입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생명체들 중에서 가장 약해요. 그런데 그들은 인간보다 훌륭하게 살아남았습니다. 그 비결은 절대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자신의 삶에 충실하는 겁니다. 인간처럼 결과중심의 삶이 아니라 과정을 중시는 삶이라는 거죠. 딸이, 아니 청년들이 그런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자기 자신을 믿고, 과정에 충실하는 그런 삶요. 이 책이 딸에게, 자그마한 힘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을 어떤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습니까? 『위로하는 애벌레』는 요즘 시대의 트렌드인 짧고 빠르게 읽는 글은 아닙니다. 어쩌면 두고두고 느릿느릿, 천천히 읽는 책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지루한 책은 아닙니다. 소재가 애벌레에 대한 이야기다 보니, 책을 읽다보면 여러 가지 생각에 빠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저는 이런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요즘 힘들어하는 청년들,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하는 분들, 그리고 앞만 보고 달려간 분들. 삶의 과정보다는 결과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분들....그런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당신이 여행자라면, 이 책 한 권 가방 속에다 넣어두기를 권합니다. 그렇게 길을 가다가, 어느 날 조용히 이 책을 들여다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이 책이 당신을 위로해줄 것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저는 청년들 이야기를 주로 쓰는 작가입니다. 어쩌면 그것은 제 숙명인지도 모릅니다. 저는 굉장히 힘든 청년시절을 보냈습니다. 어제 아내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난 50억을 준다고 해도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가지 않는다고요. 고등학교시절요. 어떤 광신도들처럼 공부에 매달리고, 그 결과에 따라서 절망하고 힘들어하는 그 시간요. 저도 몇 번 생을 정리하려고 했지요. 그 시절을 버텨준 제 몸이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청년들 이야기를 쓰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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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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