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3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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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캐한 담배연기 속에서 자장면 배달부가 큰 소리로 손님을 찾는다. 경쾌한 공 소리와 흥겨운 사람들. 우리가 흔히 생각하던 당구장의 모습이다. 그러나 남성 전유물로 여겨지던 당구장이 음식물 반입을 금지하고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며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스포츠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여성 당구인의 수가 늘면서 부부가 함께 당구장을 찾기도 하고, 다른 운동과 달리 관절에 크게 무리가 가지 않아 노년층의 유입도 커지는 추세다. 이에 경기도 평택시에서 매년 국제빌리어드대회를 열고 있는 평택시당구연맹의 정영준 회장을 만나 최근 현황과 과제까지 종합적으로 들여다봤다. 

미군이 함께하는 지역 최대 축제 ‘평택국제빌리어드페스티벌’ 

서울시 기준 1995년 7천여 곳에 달했던 당구장 수는 골프, 피트니스, 수영, 탁구 등 다양한 체육 시설의 증가로 2017년 4천700개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여전히 2만 곳을 넘을 정도로 당구는 여전히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국민스포츠다.


이에 매년 크고 작은 다양한 대회가 개최되며 동호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특히 세계적인 규모의 대회도 심심치 않게 열리면서 전세계적으로 가장 풍부한 당구인프라를 자랑하고 있다. 스웨덴 출신의 당구 세계챔피언인 토브욘 브롬달은 인터뷰에서 “한국은 세계 당구의 중심이다. 당구장은 어디에나 있고 당구공과 당구대 상태도 완벽하다”며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평택시에서 매년 열리고 있는 평택국제빌리어드페스티벌은 평택에서 열리는 가장 큰 규모의 대회이기도 하지만 미군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시의 특성을 활용해 미군들도 참가할 수 있어 그야말로 지역 축제처럼 펼쳐진다. 2017년 시작해 매년 개최되던 이 대회는 코로나로 3년간 중단되었다가 지난해 10월 재개됐다. 올해는 7, 8월 중 송탄국제교류센터와 시내 주요 당구장에서 3일간 진행될 예정이며, 선수부와 동호인 대상으로 3쿠션과 포켓볼 두 종목에 걸쳐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된다. 또 지난해에는 코로나와 북한 미사일 이슈로 함께하지 못했던 미군들에게도 다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계획이다. 

내실을 다지고 규모 확장에도 주력 

이렇듯 당구와 관련한 행사의 대부분을 주관하고 있는 곳은 평택시당구연맹이다. 지난해 임기를 시작해 올해까지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정영준 회장은 장애인당구협회 회장까지 도맡고 있을 정도로 당구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그렇듯 정 회장도 어릴 적부터 당구장에서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어울리며 지금까지 당구를 즐겨왔다고. 그러다 보니 연맹 회장이라는 큰 자리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취임 후 정 회장은 동호회를 직접 방문해 대회를 홍보하며 동호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또한 지역 내 기업들과 단체장들에게 대회 유치를 위한 홍보와 협찬을 유도해 행사의 규모를 확장시키는 일에도 주력했다. 평택의 풍부한 당구 인프라를 활용하는데 적절하다는 판단으로 지난해에는 경기도장애인당구대회를 평택시 포승읍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이끌기도 했다.


이렇듯 다각도의 활동에도 불구, 그는 여전히 당구를 활성화하기 위한 일에 몰두하고 있다. 예전에는 당구장을 드나드는 학생에 대한 불량한 이미지가 컸지만 지금은 깨끗하고 쾌적한 시설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당구장을 찾는 학생이 드물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 회장은 일반적인 동호인들의 활동 외에도 학생들을 체계적으로 양성해 당구를 활성화시키는 시스템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당구에 입문하고자 하는 초보라면 당구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은 마련되어 있습니다. 연맹 관계자들과 프로선수들의 레슨을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어요. 현재 노인동호회가 연맹의 레슨을 받고 있는데 사실 배우고자 하는 어르신들이 늘어나는 반면에 평택시의 예산은 거의 없습니다. 당구를 배우고자하는 사람들을 위한 예산 지원이 절실한 실정입니다.” 

선수 지원을 위한 연맹의 체계적인 방안 

평택시가 80만 명에 육박하면서 정 회장은 당구인들의 수도 현재 4만 명에서 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동호회 인구가 늘어날수록 더욱 체계적인 활동을 도모한다면 시에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부분도 많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장애인 당구대회의 경우 시설 확충과 음식물 지원을 위한 더 세심한 배려가 절실하다.


특히 정 회장은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 양성에 힘써 경기도와 전국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활성화하는 것을 임기 내 목표로 정하고 있다. 이에 정 회장은 동호회 토너먼트 대회에 참가해 우수한 선수들이 프로로 전향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평택 내 기업들을 설득해 프로팀 창단의 밑바탕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 학교 강당에 당구 대대를 설치해 초등 고학년 아이들 중 호기심 있는 학생이 있다면 연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엘리트 선수로 육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나갈 예정이다.


“대규모 국제대회를 앞둔 만큼 평택 시민들도 많이 도전해 서로 얼굴을 익히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혹 프로로 활동하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언제든 문의하고 상담 신청해주십시오. 평택시에서 얼마든지 적극 지원해드릴 방안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번에 개최될 국제빌리어드페스티벌은 평택시에서 5천만 원의 예산이 지원되지만 이 외에 지원금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정 회장은 시와 단체의 더 많은 홍보와 지원이 있으면 연맹에서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커질 것이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번 페스티벌 장소도 당구 대대를 설치하고 나면 공간 협소로 관중의 수가 제한적이라 2층 규모의 체육관을 고려해봤지만 예산 문제로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로 힘든 시기 회장을 도맡아 크고 작은 대회를 무리없이 이끌며 당구의 활성화를 주도해온 정 회장. 당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언제든 적극적으로 도울 태세가 되어 있다는 그의 각오에서 평택이 국내 빌리어드 성지로 자리매김하는 날이 멀지 않았음을 예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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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평택시당구연맹, 국제당구대회 유치로 주목받는 평택시의 ‘비상(飛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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