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3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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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산책방 입구의 모습이다.(사진=김규용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3년 4월 2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 인근 주택을 사들여 책방을 열었다. 평소 책을 좋아했던 문 전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다양한 책을 소개했었다. 이 때문에 책방을 여는 것은 당연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지난 1월 말경 ‘평산 책방’으로 무심결에 발길이 돌려졌다. 평소 꼭 한번은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몇 년 전 봉하마을을 다녀오며 많은 생각을 했다. 당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 혹여 남에게 들킬세라 서둘러 눈을 훔치던 기억이 새롭다. 


길을 서둘러 떠났지만, 오후 4시가 조금 넘어 도착했다. 차를 마을 주차장에 대고 내리니 입구에 마을 아주머니 몇 분이 오미자차와 식혜를 팔고 계셨다. 아주머니 한 분이 친근하게 얼른 책방으로 가라 하신다. 마침 문 전 대통령이 책방에 계시는데 언제 사저로 올라가실지 모른다며 서두르라 친절하게 말씀해 주셨다.


퇴임 대통령이 일반인과 자유롭게 만날 수 있을까?


혹시라도 문 전 대통령을 뵐 수 있을까 서둘러 올라갔다. 마음이 급해서인지 책방으로 올라가는 길을 자세히 보지는 못했다. 물론 뵙고 나서 천천히 내려오며 그제야 보이는 다른 풍경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평산 책방이란 간판이 보였다. 


책방은 생각보다 아담했다. 아니 책방이라기보다는 어느 마을 집 안마당과 같은 모습이며 많은 사람이 둘러앉아 있었다. 왜 이리 사람이 많은지 어안이 벙벙했다. 평일이었기에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내 생각을 여지없이 벗어나며 문 전 대통령의 인기를 실감했다.


사실, 평시에는 이렇게 오래 계시지는 않는 듯했다. 내가 평산 책방을 찾았던 날은 현 국회의원과 총선 출마자와 많은 사람이 책방에 있음에도 스스럼없이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계셨다. 무슨 대화를 나누는가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다만 편안한 얼굴로 대화하는 모습이 너무 좋아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일행이 인사를 마치고 자리를 떴다. 이후 사진을 찍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지금 찍으라 해서 서둘러 사진을 같이 찍었다. 그러다 책을 한 권 사야겠다 싶어 책을 사고 서명을 부탁하니 서명은 안 하신단다. 그러며 계산대 옆에 문 전 대통령 성함과 평산 책방 로고 스탬프가 마련되어 있었다.


하긴 생각해 보니 많은 사람이 서명을 부탁하면 그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할 듯 보였다. 그래서 그렇게 하는 이유는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마음이야 친필 서명을 직접 받고 싶었으나 그것은 나의 욕심 일터, 그러면서 다시 책을 들고 사진을 찍어 주셨다.


문 전 대통령과 악수하며 “건강하셔야 합니다.”이 한마디만을 전해드렸다. 이후에도 많은 사람이 사진을 같이 찍고 무엇인가 말을 전했다. 그런 문 전 대통령은 너무 인자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누가 알았을까? 그런 선량한 모습 안에 나라를 이끌었던 강단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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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경청하는 문 전 대통령(사진=김규용 기자)

 

언뜻 보면 그냥 좀 알려진 작가가 책방을 내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셈법으론 다양한 해법이 나올 수 있지만 편안하게 국민과 만나는 이웃집 아저씨와도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분 앞에 누가 보수 유튜버의 타겟이 되어 지독한 시달림을 받았다고 생각할 것인가? 필자는 그만큼 그분의 강한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평산마을에서 느낀 역사 청산의 필요성


문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퇴임 후 기존 양산 매곡마을 대신 평산마을을 사저로 택했다. 이때 문 전 대통령과 함께 내려온 불청객 보수 유튜버들로 인해 전직 대통령 사저 주변 경호구역 확대까지 한동안 정치권의 주요 관심사였다. 대통령을 전직으로 둔 사람의 숙명일까. 


우리나라는 좌·우 양극이 매우 심한 탓도 있다. 그럼 왜 이렇게 좌·우가 심하게 갈라져 싸우며 왜 정치뿐 아니라 국민까지 영향을 받을까. 이는 청산되지 못한 역사, 친일 청산이 제동에 걸렸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상 청산되지 못한 역사의 잔재가 너무나 깊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친일이 문제가 아닌 친일파가 권력을 잡고 근대사를 만든 것이 문제일 것이다. 얍삽했던 그들답게 이승만과 합작하여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지지 세력이 필요했던 이승만과 친일로 부를 창출했던 그들의 잇속이 맞아 들었다.


그리고 북한에서 쫓겨온 친일파들은 서북청년단이란 이름으로 공산당을 반대하며 이승만에게 달라붙었다. 이렇게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근대의 역사가 이념적 상처가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역사를 바로 세우는 문제는 이렇게 시간이 지나도 갈등의 씨앗이 된다. 그래서 역사를 바로 세우지 않으면 더 많은 피를 후세가 치러야 한다.


과거 먹고살기 힘든 시절이야 이런 이야기를 귓등으로 들었다. 하지만 작금은 모든 국민이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에 매우 민감하고 역사를 아는 사람은 자괴감마저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은 놀라운 경제발전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이나 행복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영향력 있는 미국 유튜버 ‘마크 앤슨’이 한국인에 대한 분석을 내놨다. 그는 “한국인들이 20세기 급속하게 근대화와 민주주의를 이룩한 특별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한국인은 자신들이 이룩한 대단한 성과를 자부심이 아닌 유교와 자본주의의 나쁜 점으로 스스로 자학적 평가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청산되지 못한 역사로 부의 균형이 깨지며 자본주의가 만나면서 만들어진 사회적 현상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청년이 집을 사지 못한다던가, 결혼할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부를 가진 자들은 끝없이 가치를 높여 결국 자신과 위치가 다르다는 것을 확인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청년들은 인류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종족 보존을 포기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대한민국 내에 만연한 현실이 되었다. 주변에 젊은 친구들과 얘기해 보면 왜 내가 고생하며 아이를 키워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한다. 이는 단순히 가정사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복한 가정의 경우도 같은 현상이 있으니 말이다.


사실 지금 이 역사 청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또 어떤 의미가 있을지 잘 모를 수 있다. 하지만 역사를 이렇게 묻고 지나가면 다시 나라를 잃는 날이 오면 다시 나라를 배신하는 사람은 심판이 없었고 권력을 잡으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게 또 역사가 반복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사회 양극화의 시작은 이렇게 시작되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단순히 가난한 자와 부자의 차이에서 시작되었다고 보면 근본을 해리하게 된다. 이런 말이 있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가난하고 나라를 팔면 3대가 잘 산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나라가 아직 이런 역사적 인식에 정당한 상과 벌이 확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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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전 대통령 사자의 앞 모습이다.(사진=김규용 기자)

 

영축산의 기운에 따라 나라에 올바른 가르침을...


평산 책방을 다녀오며 홀로 사색에 잠겼던 생각들이다. 평산마을은 매우 조용하고 한눈에 보기에도 기가 흐르는 땅이었다. 필자는 풍수와 관련 지식이 없기에 당연히 필자 개인적 사견임을 밝힌다. 영축산의 정기를 이어받아 평안함이 깃든 장소로 보였다.


영축산(靈鷲山)은 취서산(鷲栖山)으로도 불린다. 축과 취는 모두 같은 자로 ‘독수리 취’로 쓰인다. 그러나 불교적인 용어 ‘축’으로 읽는 것이 적합하다고 본다. 이는 석가모니가 인도 마가다국에 있던 산에서 법화경을 설법했다는 산이 영축산이다. 


영축산은 석가모니가 법화경을 설법한 고대 인도의 마가다국에 있던 산 이름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자 표기는 '영축산(靈鷲山)'과 '취서산(鷲栖山)' 두 가지로 표기되어 한글로 영축산·영취산·축서산·취서산 등으로 혼용되어 부르고 있다.


법화경은 원뜻으로 '백련화(白蓮華) 같은 올바른 가르침'이라는 뜻이며 예로부터 제경(諸經)의 왕으로 생각되었다. 또 초기 대승경전(大乘經典) 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이렇듯 법화경의 올바른 가르침에 따라 나라가 올바른 길을 가고 국민이 건강하고 자부심이 가득한 나라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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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산 책방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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