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1(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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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 가입에 초읽기에 들어갔다. 다만 나토 회원국이 되려면 기존 회원 30국이 만장일치로 찬성해야 한다. 미국은 나토의 개방 정책, 핀란드와 스웨덴이 자국의 미래와 외교 정책을 결정할 권리를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 산나 마린 총리는 핀란드 정부는 나토에 가입을 신청하기로 공식 신청한 상태다. 나토 가입 신청안은 16일 핀란드 의회에 제출되어 비준을 받은 뒤 나토에 제출될 예정이라 한다. 그런데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두 나라가 테러 조직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며 이들이 나토에 가입하는 것에 대해 찬성한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를 설득하기 위해 터키를 방문하는 등 귀찮게 하지 말라고 했다. 앞서 터키 아나돌루 통신은 지난 5년간 스웨덴과 핀란드가 쿠르드 노동자당인 PKK 소속 범죄인 인도 요청을 터키가 했는데 그 중에 33건 중 19건을 거부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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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스웨덴과 핀란드, 나토 가입 회견, 사진출처 : CSIS, By JOHN THYS / AFP via Getty Images

 

만약 터키가 스웨덴,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반대하게 되면 이들은 나토 가입을 할 수 없다. 그러면 스웨덴과 핀란드는 터키와 협상을 하려 할 것이지만 PKK 당 관련 범죄인 인도를 하는 선에서 타결을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PKK는 Partiya Karkerên Kurdistanê의 약자로 한국어로 번역하면 "쿠르디스탄 노동자 당"을 의미한다. 이름 그대로 극좌 성향을 갖고 있으며 터키 정부에서는 이들을 극좌성향의 테러조직으로 규정했다. 우리가 흔히 아는 것처럼 이슬람 원리주의에 입각한 테러조직과는 그 성향이 다른 존재들이다. 그 이유는 이들이 매우 세속적이고 이슬람주의자도 아니며 무슬림이지만 필요에 따라 다른 종교와의 연합도 서슴치 않는다. 2020년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 중 아제르바이잔을 지원하는 터키에 대한 반감으로 아르메니아군과 같이 행동하면서 그들과 연대를 이루었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참고로 아르메니아는 정교회 국가다. 


다른 이슬람권에서도 남예멘과 북예멘으로 나뉘어 내전을 치를 때 사회주의적 국가 체제와 이슬람교의 사회적 영향력이 공존했었으며, 이란 혁명기 중 호메이니의 이슬람주의 세력이 확고하게 승리하기 이전에 이란은 '이란 혁명의 선구자적 사상가'로 불렸던 알리 샤리아티(Ali Shariati) 같이 공산주의 사상을 가진 자들이 있었다. 당시 많은 지식인들이 좌파적 이념과 무슬림으로서의 신앙을 상당히 유연하게 왕래했기 때문에 이슬람교와 세속적 좌파 사상은 무조건 이분법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소련과 아프가니스탄의 전쟁과 아랍권에서 친소경향의 세속주의 군사 정권들, 그리고 이슬람주의 세력들간의 전쟁을 통해 형성된 현대적 관점에서 본다면 서로 상극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마치 기독교인들 중에서도 해방신학이나 기독교 사회주의자들이 있는것과 같이 이슬람과 좌파는 절대적으로 공존 불가능한 이데올로기적 체계는 아니기에 그들 사이에서도 발생이 가능하다. 쿠르드 PKK의 경우 또한 그런 예외에 속하지만 공산주의 속성상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명제를 갖고 있기에 그냥 명목상의 무슬림인 것이다. 


게다가 이들의 테러는 매우 위협적이다. 본래 이들 쿠르드 테러조직은 에슈키야(Eşkiya)라고 불리던 마적단 출신들이다. 오스만투르크 제국 시절부터 이어져온 쿠르드 부족들의 자치 전통이 존재했을 때 해당 지역의 대지주들의 황포에 저항해 소작민들이 마을을 탈출해서 말을 타고 다니면서 대지주의 집과 농장 터는 도적이 되었다. 이들이 이후 공산주의 사상의 영향을 받으면서 공산주의 게릴라 같은 단체로 발전하게 되었다. 즉, 빠르띠쟌의 투쟁이념이 이들에게 들어가면서 1970년대 초까지 지속된 터키 내 좌우파의 갈등에 개입했고 중앙정부와 결탁해 절대권력을 가진 지주들에게 저항하는 에슈키야들이 바로 PKK였던 것이다. 이들 PKK는 창설 이후 폭력시위나 사보타주, 폭탄테러를 벌이는 식으로 터키에게서 분리독립하는것을 지향해왔고, 서구에 있는 터키인들의 외교시설과 상점까지 공격하였기 때문에 터키는 물론이고 서유럽 국가들, 미국에게 테러단체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이슬람 원리주의와 공산주의는 상극이라, 같은 테러단체여도 PKK와 ISIS, 알 카에다 등의 조직과의 사이도 매우 상극이었는데 PKK가 IS 격퇴에 성공을 거둠에 따라 국제 여론은 PKK를 극좌 테러그룹으로 여기는 대신 중동의 민주주의와 자유 등을 위해 IS와 싸우는 최고의 희망으로 바뀌고 있는 어이 상실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민간인 목숨을 노리는 테러단체라는 것은 둘 다 똑같은데 말이다. 현 스웨덴에서 활동 중인 쿠르드족 의원들이 있는데 이들은 연일 터키를 비판하고 PKK를 옹호하고 있다. 핀란드와 스웨덴이 그동안 PKK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것도 사실이다. 서유럽 국가들, 미국에게 테러단체로 지정된 자들을 보호하며 옹호하고 있는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을 승인하게 되면 테러단체를 옹호하는 국가들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정의"라는 이름을 내세워 ISIS 같은 자들과 싸워왔던 나토의 명분은 힘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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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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