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9-08(일)
  • 로그인
  • 회원가입
  • 지면보기
  • 전체기사보기
 

현재 천연가스 수입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하라는 러시아의 요구에 대해 유럽 각국이 반발하는 가운데 EU 회원국인 슬로바키아가 루블화로 결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4월 3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리하르트 술리크(Richard Sulik) 슬로바키아 경제장관은 이날 국영 TV 토론에 출연하여 러시아에 대한 EU의 대응및 제재를 지지하지만 슬로바키아는 러시아 천연가스 없이는 경제적으로 버텨내기 어렵다고 밝혔다. 술리크 장관은 85%에 달하는 자국의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를 지적하면서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되어서는 안 되며 필요하다면 루블화를 지불하고서라도 천연가스를 들여와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5월 20일인 다음 천연가스 수입대금 지급일까지는 아직 6주의 시간이 남아있다고 언급하며 다소 애매한 입장을 취하기 시작했다.


450762685_8073264126065917_8373463820827214966_n.jpg
사진 :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모형이 러시아 루블 지폐와 국기 위에 놓여 있는 모습, 출처 : REUTERS / Dado Ruvic / Illustration

 

술리크 장관은 우크라이나를 무력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EU의 대응을 여전히 지지하며 EU와 공동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지만 EU의 대응 중 러시아의 자원 봉쇄에 대해서는 찬성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취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경제 제재에 대응하여 지난달 31일 자국의 천연가스를 루블화로 결제하라는 대통령령에 서명했지만, EU 집행위원회는 계약 위반이자 협박이라며 이를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경제력이 어느 정도 받쳐주는 서유럽은 조금이라도 버틸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1991년부터 민주화가 되어 기본 경제력이 취약한 동유럽은 에너지 수급 문제에 대해서는 서유럽만큼 버틸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다. 이미 동유럽 국가 중 헝가리, 슬로바키아에 이어 라트비아마저 러시아산 가스 수입시 필요하다면 대금을 루블화로 지불할 수 있다고 밝힘에 따라 기본 경제력이 취약한 동유럽 나토 국가들에게서 제재의 구멍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슬로바키아의 에두아르드 헤거(Eduard Heger) 총리는 명확한 대안을 찾기 전까지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중단할 수 없기 때문에 필요할 경우 대금을 루블화로 지불할 것이며, 천연가스 수입 다변화를 원하지만 당장 시행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리고 슬로바키아는 그 대안을 찾기까지 최소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하였는데 수년이 아니라 수십년이 흘러도 러시아 천연가스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EU 집행 위원회는 러시아산 가스 수입 계약 체결 당시 달러나 유로화로 지불하도록 규정했다면, 이에 따라야 한다고 밝히면서 루블화를 지불하더라도 러시아산 가스를 구입하겠다는 국가들을 설득했지만 EU조차도 이에 뾰족한 대응책이 없다보니 이미 루블화로 지불해서라도 러시아 가스를 사용하겠다는 나라들에 대한 설득이 어려운 실정이다. 참고로 슬로바키아는 가스 수요의 85%를 러시아산 가스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 있다.


에두아르드 헤거(Eduard Heger) 총리는 3월 말 유로화로 마지막 가스 지불이 이루어졌고, 다음 결제일은 5월 20일에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EU의 러시아 자원 제재와 더불어 새로운 대안을 찾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가스 수요가 증가하는 겨울이 이미 지나고 있지만, 산업계에서는 여전히 많은 양의 가스가 필요하며 가정에 공급되는 에너지 가격의 상승이 우려되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라고 언급하게 된다. 에두아르드 헤거(Eduard Heger) 총리의 이와 같은 발언에 대해 평소 반러적인 행보를 걸어온 슬로바키아의 정치권에서는 이에 대해 크게 반발하기도 하였지만 슬로바키아의 자원 부족은 현실이며 장기간 러시아로부터 막대한 양을 의지해왔기 때문에 올 여름은 어렵게 버틸 수 있지만 9월이 지났을 때, 과연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답변하지 못했다. 그러나 고조되어 있는 반러 정서를 고려해서인지 헤거 총리는 러시아의 가스 대금 루블화 결제 요구에 맞서 EU와 함께 행동할 것이라고 밝히며, 러시아가 유로화로 결제하기로 한 계약 조건을 존중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지만 이는 말 뿐이었다. 


안드레이 스탄치크(Andrej Stancik) 국회의원은 세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민간인 학살로 비판을 하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성명을 낸 것은 부적절한 일이고, 러시아 지역 언론들이 술리크 장관의 말과 헤거 총리의 말을 인용하기 시작하여 프로파간다를 날리고 있다며 비판했다. 그러면서 영국과 대화를 시작해 북해에서 송출되는 석유와 가스를 연결하여 수입하자는 대안을 내세웠지만 북해 유전에서 채굴되는 원유와 가스는 현재 영국이 독점하여 사용하기에도 버거운 수준이다. 노르웨이와 영국의 공식 소식통에 따르면 북해 석유 매장량의 절반 이상이 추출되었다고 한다. 노르웨이의 경우 노르웨이 북해에서만 290억 배럴의 석유를 공급하고 있으며, 이 중 2778만 입방미터, 약 60%가 2007년 1월 이전에 이미 생산되었다. 영국 소식통들은 다양한 매장량 추정치를 제시하고 있지만, 궁극적인 회복에 대한 가장 낙관적인 최대 추정치를 사용하더라도 2010년 말 현재 76%가 회수되었던 것으로 나타나 다른 나라에 수출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결국 슬로바키아는 뚜렷한 에너지 대란에 대한 대안은 없는 셈이다. 이는 과거 로베르트 피초(Robert Fico) 총리는 2015년 5월 러시아 전승 70주년 기념식과 6월 두 차례 모스크바를 방문하여 원유 및 가스의 90% 이상을 러시아에서 수입하기로 계약을 맺었고 현재까지 러시아산 가스와 원유로 국가 경제를 지탱해왔다. 과거 미쿨라시 쥬린다(Mikulasi Dzurinda) 총리 시절처럼 친서방 일변도적인 기조보다는 서방 국가와 러시아 간의 균형적인 관계를 지향하고 있었기에 대러 제재 때 EU에 가입해 있어 이를 지지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부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전체댓글 0

  • 76071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2년 전, 천연가스 수입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하라는 러시아의 요구를 들어준 슬로바키아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