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9-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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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그래픽이다.(그래픽=저널인뉴스)

 

이번 미국 대선은 민주당의 후보교체라는 카드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총격 사건으로 기세등등(氣勢騰騰)했으며, 의기양양(意氣揚揚)했고, 기고만장(氣高萬丈)했던 트럼프 진영에 찬물을 끼얹었다. 만약 민주당이 대통령 후보를 교체하지 않고 바이든 대통령의 고집으로만 일관했다면, 이른바 ‘어대트’(어차피 대통령은 트럼프)라는 대세로 밀고 나가는 공화당에 비해, 민주당의 이번 대선 패배는 어느 정도 예상되는 추세였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결정적 순간에 레임덕을 감수하면서도, 민주당과 미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견지함으로써, 재임 기간 중 낮은 지지율과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정치인으로서 다음 세대에 성화를 넘겨주는 최선의 현명한 결정을 내렸다.


다음 세대를 위한 후보는 바로 현 부통령인 해리스인데, 아직 공식적으로 대선 후보로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바이든 대통령도 해리스를 지지했으며, 다른 여러 민주당 인사들도 해리스를 후보로 적극 지지하고 있다. 다른 후보들도 있지만, 현재 미국의 대선 일정으로 보면 후보 결정에 시간이 별로 없고, 전국적으로 인지도를 지닌 인물이 해리스 외에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이러한 현실에서 보면 해리스가 대통령 후보로 결정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트럼프는 바이든 대통령과의 ‘리턴 매치’라는 구도로 굳어지면, 바이든 정부에 대한 실정을 집중적으로 부각할 수 있었다. 이때는 미국 우선주의와 미국의 민주주의 가치라는 구도는 바이든 정부의 각종 정책이 미국에 아무런 이익도 가져오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후보를 중도 하차했고, 대선 후보가 해리스로 교체되었을 때, 앞의 구도는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 해리스의 부통령은 앞의 구도에서 다소 벗어나 있다. 해리스가 정치적 이슈에서 별다른 존재감을 나타낸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클린턴 전 장관과 대비되기도 한다. 클린턴 전 장관은 존재감이 강하게 드러나서 백인 여성과 백인 남성이라는 성별 대결 구도에 갇혀버렸던 측면도 있을 것이다. 


클린턴 전 장관의 대선 패배는 성별 구도에서 이른바 여성의 유리천장을 깨기가 힘든 미국 사회의 현실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그러나 해리스는 이 점에서 여성이지만 백인이 아니라, 자메이카-인도계 여성이라는 점에서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유권자들의 비호감보다 친근감을 지닌다. 특히 해리스는 진보적인 성향으로 흑인뿐만 아니라, 히스패닉계 및 아시아계로부터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에 공화당의 일부 의원들은 해리스가 대통령 후보로 된 것이 능력에 상관없이 흑인 여성이라는 배경 때문에, 후보 승계를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것은 이른바 다양성(diversity)·평등(equity)·포용(inclusion)이라는 ‘DEI 논쟁’을 불러일으킨 것인데, 아직도 미국 사회가 여전히 인종별, 성별에 따른 사회적 차별로 갈라져 있음을 명확하게 제시한다. 


미국에서는 이와 같은 갈라치기가 선거시즌 중 공화당에서 백인들의 표를 결집하기 위해 이용된다. 그런데 이런 공화당 일부 의원들의 해리스에 대한 공격은 DEI를 정치화해서 정책적 대결보다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정치적 공세일 뿐만 아니라, 해리스에 대한 명백한 인신공격이기 때문에 비판받아 마땅하다. 또 일부 의원들은 해리스가 개방적인 국경을 선호한다는 점을 들어 이민자 문제에 연관시키기도 했다. 


거기에는 해리스가 이민자 가족 출신임을 부각하고, 해리스가 대통령이 되면, 불법 이민자가 급증할 것이라는 비난을 통해, 멕시코 장벽건설의 정당성을 내세우면서, 이것이 미국을 위한 일이라고 선동하고, 중도층 백인 남성의 표들을 모으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대안이 이민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또 밴스 부통령 지명자도 과거에 해리스의 자식 문제를 거론해서, 후폭풍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과 대선 캠프에서 일종의 조급함과 위기감이 반영되고, 더 나아가 막말 이외에 다른 공격 수단이 부재하고, 선거전략도 바뀌는 과정에서 뚜렷한 방향이 정해지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마도 공화당의 네거티브 전략은 민주당에서 공식적으로 해리스로 대선후보가 결정되고, 러닝메이트가 지명될 때까지 지속화될 것이다. 


공화당은 사실 이렇게 보면 이슈나 언론의 관심사를 집중적으로 받을 만한 이벤트가 없다는 것도 정치적 악재를 만났다고 하겠다. 거기에 트럼프가 내세우는 것도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전 대선에서 해왔던 대로 막말로 일관되고 있어서, 전통적 트럼프 지지층 이외에 다른 지지층으로 외연은 확장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다 보니 트럼프가 할 수 있는 것이란 해리스의 진보적 성향을 극좌주의자로 비난하면서 이념 논쟁으로 만들려고 하겠지만, 여기에는 문제가 있다. 바이든의 대선 승리 이후에 대선 불복의 의미로 트럼프의 일부 지지층이 의회에 난입했던 사건에 트럼프가 개입되어 있으며, 극우파의 지지는 트럼프를 극우주의자로 만들기에 충분하다는 점이다. 비록 이 사건과 관련해서 대법원에서 무죄라는 결정이 나오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유권자들부터 트럼프가 범죄혐의가 전혀 없는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법 리스크가 사라졌다고 하지만, 이번에 트럼프가 패배한다면, 또다시 대선 불복으로 미국 사회의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얼마든지 상존한다. 그런데 트럼프에게 더 치명적인 문제는 이른바 스캔들인데, 해리스의 부통령 이전에 검찰 총장과 법무부 장관이라는 이력은 트럼프를 범죄자라는 구도로 만들어, 검사와 범죄자라는 구도에서 여성인 해리스가 트럼프의 약점을 파고들면, 여성 유권자에게 강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해리스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지지기반인 노조와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 흑인 여성들의 표를 모으는 중이고, 이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던 전통 지지층의 지지를 복원하고, 민주당의 지지세가 강한 주를 지키고, 경합 주에서 트럼프와 격차를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해리스의 지지율은 상승하고 있는데, 해리스가 파죽지세(破竹之勢)로 올라가지만, 정점에 도달할 시점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해리스를 대통령 후보자로서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때일 것이다. 사실 일부에서는 해리스가 민주당에서 지지세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일부 있기는 했지만, 해리스가 많은 지지를 단시간에 도출했던 것은 물밑접촉을 통해, 자신의 정치력을 일부나마 보여준 것이다.


해리스는 일부 정책에 관해서 그동안의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달리 자신의 선명성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과 차별을 시도하기도 했는데, 이것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다. 대통령 후보자로서 해리스가 전임 대통령과 아무런 차별이 없다면, 해리스는 2인 자로서 머무르게 되면, 자신의 존재감은 사라지고, 바이든 대통령에 묻혀 버리고 말 것이다. 


해리스가 이 점에서 선명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당연하다. 물론 해리스의 약점은 정치-외교적 측면에서 민주당이 보여준 정책들이 아무런 성과가 없다는 점에 덧붙여서 그동안에 해리스의 역할이 별로 없었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나 이 측면을 따지고 들어가면, 미국이 초강대국의 위상을 현재 유지하고 있는 한, 미국의 이익에 따라 어떤 결정을 대통령이 하는가의 문제일 뿐, 누가 대통령이 되는지에는 별다른 의미가 보이지 않는다. 


다만 변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어떻게 될 것인지가 관건이다. 만일 이 문제에서 대선 전에 성과가 조금이라고 가시적으로 나온다면, 해리스에게 분명한 청신호가 될 것이다. 이와 반대라면 트럼프에게 표면상 유리할 것이지만, 내용상 과연 그런지는 알 수 없다. 


또 경제적 문제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문제와 금리 문제 등등도 외부적 요인이기는 하지만, 대선판에 영향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 이번 미국 대선은 현재로서는 해리스와 트럼프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 범위 내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는 불확실한 형국(形局)이다. 따라서 이번 총선 결과는 현재 누구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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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민주당의 후보교체로 구도 전쟁의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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