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9-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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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고진 반란 이후 그의 운명은 바그너 용병들의 선택이 달려 있다. 휘하의 많은 전사들이 그의 뒤를 따른다면 프리고진은 '망명지' 벨라루스에서 재기를 모색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기간이 오래 가지는 못할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지만 이미 벨라루스에는 바그너 부대가 속속 집결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적인 싱크탱크 '유라시아 그룹'의 이안 브레머 회장은 25일 프리고진을 '데드 맨 워킹'(Dead Man Walking, 형장으로 끌려가는 사형수 모습) 상태라고 규정했다. 브레머 회장 그가 몇 달 후에도 여전히 우리와 함께 있다면 매우 놀랄 것이라고도 했다. 프리고진이 머물게 될 벨라루스에서는 루카셴코 대통령이 반체제 인사들을 가혹하게 탄압해온 인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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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러시아 바그너 용병, 출처 : Настоящее Время, Ирина Ромалийская

 

물론 러시아를 좀 안다는 사람들은 이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만 나는 좀 두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왜냐면 반역자를 용서하지 않는다고 했던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을 반란 사태 뒤 크레믈린에서 그를 만났다고 했기 때문이다. 바그너 그룹 반란 종료 닷새 뒤인 지난 달 29일 푸틴 대통령이 모스크바 크레믈린에서 프리고진을 만났었다. 
 
CNN 지국장을 지낸 러시아 전문가 질 도어티는 푸틴 대통령은 반역자를 용서하지 않는다면서 프리고진의 벨라루스행을 허락했더라도, 프리고진은 여전히 반역자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긴급 담화 당시, 그 반란 주동자가 프리고진이라 직접 언급한 적은 없다. 

푸틴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고 서방으로 망명한 미하일 카시야노프 전 러시아 총리는 BBC의 인터뷰에서 프리고진이 처음에는 벨라루스로 가겠지만, 다시 아프리카로 가서 정글 같은 곳에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푸틴은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말리 등 아프리카 곳곳에는 바그너 그룹이 주둔하고 있다. 현지의 정정 불안을 틈타 내전이나 정권의 반대 세력 탄압에 개입하기 위해서 모여 있는 것이다. 
 
스트라나.ua도 이미 지난 11일 비슷한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권력으로부터 밀려난 프리고진에게는 선택지가 3개 남았다고 했다. 국방부와 계약하거나 아프리카로 근거지 이전, 그리고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 방어 혹은 군사반란을 제시했다. 국방부와 계약을 포기하고 군사 반란을 일으킨 프리고진에게 남은 선택지는 아프리카 밖에 없다는 것이다. 

독일의 유력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도 벨라루스로 망명한다고 해서 프리고진의 목숨이 안전하지 않다며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내에서도 배후에 있는 배신자들을 찾아낼 것이라 전망했다. 미하일로 포돌략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푸틴과 엘리트층이 하루 동안 경험한 체제 붕괴로 인한 공포 때문에 프리고진에 대한 암살 명령은 반드시 실행될 것이라 예측했다. 
 
한편 러시아에서는 프리고진에 대한 형사입건이 취소되지 않았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었다.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 등은 26일 소식통들을 인용하여 러시아 FSB가 프리고진의 무장반란 혐의 관련 수사를 중단하지 않고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던 것이다. 물론 관련 수사 취소 결정을 내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고, 푸틴 대통령이 지난 26일 공권력 집행기관 수장과의 심야 회의에서 이 부분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렸을 수도 있다. 

프리고진이 러시아에서 한 마지막 발언이 자신의 운명을 더욱 앞당길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군사 반란 중단 이후 처음으로 발표한 11분짜리 음성메시지에서 군사 반란을 일으킨 것에 대한 반성의 기미를 별로 보이지 않았다. 그는 군사 반란 중에 바그너 그룹이 러시아군이 특군작 개시 이후 우크라이나로 진격한 거리보다 더 멀리까지 이동했다고 자랑하면서 러시아 국방부에 대한 비난을 반복했다. 
 
다만, 그는 피를 흘리지 않도록 벨라루스로 오라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제안에 동의한다고 말했으나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바그너 그룹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벨라루스의 반 체제 언론은 지난 26일 프리고진이 이미 민스크로 이사했으며 '그린 시티 호텔'에서 목격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를 입증할 만한 증거 사진이나 영상은 전혀 나오지 않고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미국 상원 정보위원장 마크 워너 의원은 26일 MSNBC와의 회견에서 자신이 아는 한 프리고진은 이미 민스크에 있다고 주장했다. 프리고진이 실제로 민스크로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갔고, 바그너 전사들도 기존의 캠프로 귀환했다가 벨라루스로 가게 된다면, 푸틴 대통령은 프리고진과 그의 세력을 제거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스트라나.ua는 전망했다. 
 
특히 프리고진이 벨라루스에서도 계속 반러시아적 선동을 계속한다면, 그 시기가 빨라질 것으로 봤다. 그걸 묵인한다면 푸틴 체제의 또다른 약점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달 29일 푸틴 대통령은 바그너 그룹 부대 지휘관들과 프리고진을 포함한 회사 경영진을 초대하여 3시간 정도 만났다고 페스코프 대변인이 밝혔다. 

이는 프리고진이 반란을 그만두고 루카셴코와 푸틴 사이에서 프리고진이 루카셴코를 통해 푸틴과 어떤 밀약 및 대화가 오고 갔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29일에 푸틴 대통령과 프리고진이 크레믈린에서 만나는게 가능하지 않았나 보는 것이다. 결국 이와 같이 프리고진의 반란은 완전히 마무리 된 것으로 보인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 날 푸틴 대통령과 프리고진이 구체적으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런데 아직도 미심쩍은 부분은 푸틴 대통령과 프리고진의 크레믈린 만남에 대해 페스코프 혼자 주장하고 있다는 것에 있다. 프리고진이 실제로 푸틴을 만났는지에 대해 프리고진 본인이 밝히지도 않았고 오로지 페스코프의 주장 뿐이다. 진위는 여전히 알 길은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프리고진의 반란 문제가 완전히 마무리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 날 푸틴 대통령과 프리고진이 구체적으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는 이 대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진짜 무서운 것은 이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벨라루스에서 어떤 작전을 기획할지, 또 어떤 쇼킹한 일들을 연출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내가 지난번에 지적한 것처럼 키예프를 직접적으로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과 내일까지 이어지는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벌어질 나토 정상회담과 미국의 집속탄 지원 합의와 관련하여 그의 작전이 임박해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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