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7-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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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우크라이나 다음으로 카프카스와 카스피 해에서 에너지 전쟁이 격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일본과 중국도 끼어들었다. 일본은 지난 2006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방문을 계기로 카프카스와 카스피 해 지역의 자원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인도 역시 중앙아시아로 가는 송유관 건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었다. 현재 인도는 중앙아시아를 통해 카슈미르를 통과하여 펀자브 암리차르로 들어오는 가스관에 의지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 대한민국도 석유공사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 컨소시엄을 통해 추정 매장량 10억 배럴의 잠빌 광구 지분을 27%나 확보해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었는데 현재는 이 또한 지지부진하다.


화면 캡처 2024-07-03 005840.png
사진 : 카스피해와 유럽을 연결하는 가스 파이프 라인, 출처 : CPC, Author : Samantha Fanger

 

카스피 해는 남한의 3.7배, 한반도의 1.7배에 이르는 거대한 석유 창고로 풍부한 원유를 품고 있는 곳이다. 세계 메이저 석유회사들이 유망광구를 거의 차지했지만 아직 개발되지 않은 기회가 많은 곳이고 BTC와 CTC 라인의 시작점이 열렸어도 인근에 말라가고 있는 아랄 해까지 에너지 전쟁에 있어 매우 가치가 높은 땅이다. 여기에 중국도 같이 빨대를 꼽고 있다. 중국은 21세기 실크로드를 부활시키기 위해 일대일로의 실크로드 재편 작업을 해왔다. 이와 같은 자원전쟁에 있어 중국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는 없다. 이는 자원전쟁에 있어 가장 중점적인 역할을 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중국 일대일로의 육로 사업은 카스피 해 역시 마찬가지로 그 범주에 들어가 있다. 중국은 유전이라면 돈을 아끼지 않으며 뭉칫돈을 들고 거대 유전을 송두리째 사들이는 블랙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중국 국영석유회사인 CNPC는 지난 2009년 카자흐스탄 최대 석유생산회사인 만기스타우무나이가즈(MMG) 지분 50%를 매입했다. 또 국영 석유회사인 KMG에 50억 달러를 제공하고 개발 사업권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CNPC는 카자흐스탄 내 총 36개 석유와 가스자산을 확보했으며 이 가운데 15개 자산은 개발에 돌입한 상태에 있다. 그리고 이제는 그 매입량을 점차 늘려가며 카스피 해의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다가 우리가 애써 개발한 잠빌 광구 지분 또한 중국에게 인수되어 넘어가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왜냐하면 문재인 정부의 관심은 사할린스트림-2에서 추출한 원유와 가스에 관심이 있었던데다 운송비가 저렴하면서 안정적으로 수급이 가능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대러제재로 인한 비우호국가로 찍혀 사할린스트림-2의 가스와 석유값을 루블로 주고 사와야 하는 처지에 몰렸고 결국 관심은 다시 잠빌 광구로 향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거의 중국에게 밀리고 있는 형국이라 잠빌에서 채굴하는 것 또한 만만치 않다. 중국의 CNPC는 2005년에 페트로 카자흐스탄을 42억 달러에 인수하고 3개월 후 카자흐스탄 아타수와 중국의 두산쯔를 연결하는 길이 1,000㎞의 송유관을 완공했다. 카스피 해 인근 켄키약-카샤간-악다우 광구에서 생산된 원유를 내수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구축한 파이프 라인이 바로 그것이다. 중국은 지난 2006년 4월부터 카자흐스탄에서 생산된 원유를 이미 풍족하게 들여오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산 가스와 석유는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가스와 석유는 많이 축적할수록 좋은 것이기에 러시아산을 계속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번에 중국은 러시아와 가스 & 석유 계약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해 에너지 전쟁에 있어 최강국으로 떠오를 기세다. 중국의 이와 같은 풍요로움과 흥함은 우리에게 있어 결코 좋은 일은 아니다. 게다가 중국은 우즈베키스탄 미르지요예프 현 정부와도 계약을 맺어 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티베트 파이프 라인을 통해 중국으로 들여오는 에너지 자원의 안전성을 확보했으며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 반 테러 지역센터를 설치하여 적극 송유관들을 보호했다. 


중국의 이와 같은 전방위 원유확보 공세가 커지자 카자흐스탄 정부가 뒤늦게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1990년대 중반까지 카스피 해 원유 개발에 느긋한 태도를 보이며 여유를 잃지 않던 카자흐스탄이 중국에 대한 원유개발과 M&A를 쉽게 허가해 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M&A로 자국 내 외화가 들어오지만 실질적으로 카자흐스탄 정부에 큰 도움이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등 주요 원유 개발 국가와 달리 중국은 M&A 이후 자국 원자재와 인력을 대거 끌어오면서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안 되고 있는 것도 한 몫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석유가스부는 중국과의 자원외교 협력이 다른 협력국가와 비교해 자재수급,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와 같은 중국과 벌어진 틈새를 이용해 카자흐스탄에 진출하려는 국가들에게 있어 많은 기회 요소가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유럽 국가 중 카스피 해의 BTC 및 투르크스트림을 통해 자원을 거의 거저먹다시피하고 있는 이탈리아와 그리스는 오히려 암묵적으로 카자흐스탄과 파이프 라인이 통과하고 있는 아제르바이잔을 지지하고 있다. 이는 아제르바이잔을 통해 각자 자국 땅을 거쳐가는 파이프 라인에 대한 임대비를 비롯한 많은 이득이 걸려있던 이유 때문이다. 게다가 조지아와 알바니아는 오래 전부터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분쟁에서 아제르바이잔을 지지하고 있었기에 BTC 라인을 통한 특혜를 톡톡히 받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와 같은 에너지 수급이 러시아에서 수급받는 것보다 낫다고 하지만 프랑스를 주축으로 기독교 국가로써 아르메니아를 지지하는 유럽 국가들에게 고민이 되고있다.


또한 바다 건너 미국도 2000년대 초반에서 2010년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이와 같은 구소련 국가들의 문제들에서 관심을 거의 접고 있다. 게다가 이와 같은 문제들을 방관하고 있었기에 오히려 분쟁들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2010년대 이후부터는 사실상 석유, 가스 수출이 국가 최고의 수익 산업이다 보니 셰일가스 수출선 확보를 위해서라도 유럽이 미국 가스를 사도록 공급을 조정하려고 유럽과 중동의 가스 이동선에 개입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중앙아시아나 카프카스, 카스피 해 일대에 대해서는 일단 관심을 접어둘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포스트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는 러시아나 중앙아시아, 중동을 제외한 국가들이 에너지 수급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기에 다시 이곳에 미국이 관심을 급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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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우크라이나 전쟁 다음으로 카프카스와 카스피 해의 에너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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