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6-29(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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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은 현재 지하 자원 창고로서의 가치가 높지만, 20세기 초중반까지만 해도 일본이나 러시아도 크게 가치를 두지 않던 땅이었던 곳이다. 워낙 기후가 험한데다가 땅 자체도 경작이 거의 불가능한 불모지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찍부터 일본에서는 이 땅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러시아가 남하하기 전까지 별로 개발하지 않았었다. 사실 당시의 일본으로서는 홋카이도, 쿠릴 열도도 사실상 유지하기도 어려웠다. 전통적으로 더위를 피하기 위한 구조로 짜여진 일본식의 가옥과 의복은 사할린에서는 불필요했고, 지금처럼 교통과 운송이 발달한 때도 아니기 때문에 멀리 떨어진 사할린까지의 물자의 보급에도 어려움이 컸다. 실제로 일본이 남부 사할린을 얻어낸 것에 대해서도 쓸모없는 땅을 얻었다는 부정적인 여론도 다수 존재했을 정도였다. 물론 영토가 넓을수록 좋았기에 북부 사할린 전체까지 차지하려고 했지만 러시아도 마찬가지로 사할린보다는 훨씬 더 이점이 많은 연해주나 만주 지역에 더 신경을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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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사할린 해상광구 석유, 가스 개발 프로젝트, 출처 : 중앙일보, 모스크바ㆍ유즈노 사할린스크 안성규ㆍ최익재 기자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도시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연해주의 블라디보스토크나 나홋카 같은 도시들과는 달리 현재도 사할린은 코르사코프, 유즈노사할린스크 등 섬 내 주요 도시들이 종전 당시의 인구나 인프라가 크게 변하지 않은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사할린은 석유와 가스가 공업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석유와 가스 덕택에 실업률이 2%에 불과할 정도로 경제는 계속 활황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할린스트임-2 송유관 사업 지분 구성은 러시아 국영 가스프롬 50%, 영국 석유기업 셸 27.5%, 일본 미쯔이 물산 12.5%, 미츠비시 상사 10%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할린스트림-2 사업에서는 2009년 LNG 출하가 시작됐으며 연간 LNG 생산능력은 약 1천만t 정도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풍부한 가스와 석유생산량을 갖고 있다.


미국과 더불어 서방과 함께 러시아를 제재하고 있던 일본은 역으로 러시아에게 맞제재를 당해 곤혹을 겪고 있다. 러시아는 현 상황에서 일본과 평화조약 체결 협상을 지속할 의사가 없고 일본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취한 일방적 대러 제재의 명백히 비우호적인 성격을 고려한 것이라고 밝히면서 일본과는 더이상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이와 더불어 러시아 남쿠릴열도와 일본 사이의 무비자 방문에 관한 1991년 협정과 남쿠릴열도 거주 일본인들의 고향 방문 간소화에 관한 1999년 협정에 근거한 일본인들의 무비자 왕래를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일본이 그동안 구축해온 자원 외교도 위협을 받고 있다. 일본은 가스와 석유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물가가 전체적으로 폭등하고 있다. 이에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난 3월 31일에 러시아 극동 사할린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사할린스트림-2 사업에서 철수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러시아의 가스와 석유로 위기를 타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본 정부는 과거 석유 위기를 교훈 삼아 에너지의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급원 다원화를 추진했으며 그중 하나가 러시아 자원 개발이다. 아사히 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일본은 LNG 수입의 약 8.8%, 원유 수입의 약 3.6%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사할린스트림-2 사업에서 생산되는 LNG의 약 60%는 일본의 전력회사나 가스 회사용도로 쓰이고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문제도 한국 또한 비우호국가로 찍힌 상태이기 때문에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에 있다. 한국은 현재 사할린스트림-2에서 생산된 LNG를 연 150만t(약 20억㎥) 수입하고 있다. 러시아는 사할린스트림-2 LNG 공장의 생산 능력을 증대하는 한편 또 다른 가스전 사할린스트림-1에도 LNG 공장을 세워 수출을 늘리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다. 그러한 이유로 인해 러시아는 한국이 사할린 LNG 신규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이곳에서 생산된 LNG를 추가로 구매해주길 희망하고 있었다.


한국은 러시아-중국-몽골 등과의 경제협력을 전담할 북방경제협력위원회까지 신설하고 러시아와의 경제협력 확대에 막대한 공을 들였다. 그러나 한국은 북핵 위기 악화로 인해 러시아산 PNG 수입을 위한 북한 경유 가스관 건설 사업이 난관에 놓인 상황에서 러시아 측의 LNG 사업 제안을 신중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사할린 LNG 수입량 확대도 LNG 공장 증설 및 신규 건설 등에 상당한 시간이 걸려 향후 5~6년 뒤에나 실제로 수입량을 늘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이와 같은 프로젝트가 무르익어 갈 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생한 것이다. 한국은 전체 가스와 석유의 5% 정도지만 중국,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러시아 사할린스트림-2에서 가스와 석유를 수입하고 있다. 중동에서 들여오는 것보다 러시아 사할린산 가스와 석유는 매우저렴한 가격에 사올 수 있는데다 인건비와 운송비까지 중동보다 모두 저렴했다. 그래서 러시아 가스와 석유의 수입을 점차 늘려가고 있는 중에 이번 전쟁으로 인해 서방 세력과 함께 대러제재에 동참함에 따라 러시아로부터 "비우호국가"로 찍히게 된다.


러시아로부터 가스와 석유 운송이 쉽지 않게 된데다가 이번엔 러시아 정부의 조치로 가스와 석유를 루블화로 지급해야 한다. 이런 사태들로 인해 물가는 수직 상승하기 시작했고 유가와 가스 값 또한 연일 고공행진 중에 있다. 러시아와 같이 자원이 풍부하고 영토가 넓어 식량 생산도 높은 국가는 그럭저럭 버틸 수 있지만 한국 같이 자원도 없고 원자재를 들여와 제작해 수출하는 형태의 국가는 물가 지옥과 더불어 식량 위기까지 헬게이트가 봉인 해제된 셈이다. 앞으로 이 부분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이 높은 상황인데 국내에는 아직도 위기 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태평가를 부르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말 그대로 한국은 지금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위기에다 돌아가는 전기톱날 앞에 서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급박하게 돌아가는 위기의 동북아시아 국제 정세 속에 국회는 젤렌스키에게 연설시키는 것을 조율하는 뻘짓을 하고 있고 우크라이나가 6.25 전쟁 당시 한국을 도와줬다는 잘못된 역사관을 믿으며 우크라이나에 성금 및 모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금만 눈을 떠보면 뭐가 위기인지가 보이는데 아직도 인지를 못하고 헛짓거리 하는 것 보면 놀랍다 못해 기이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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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러시아의 최동단 섬 사할린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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