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6-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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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에서는 72시간 휴전이 끝났다. 이제는 피의 지옥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수단의 이 지긋지긋한 내전에 대해 알 부르한 대통령이 지정한 반군인 신속지원군(Rapid Support Forces, RSF)과 총사령관인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Mohamed Hamdan Dagalo)가 어떠한 자인지 알아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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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신속지원군(Rapid Support Forces, RSF)의 총수, 함단 다갈로, 출처 : Алексей Зён 의 페이스북 페이지, 노장의 꿈

 

함단 다갈로는 1973년 차드(Chad)의 수도 은자메나에서 출생했다. 그는 유년기에는 수단과의 국경인 다르푸르에서 생활했으며 경제적으로 워낙 피폐했기 때문에 청년 시절에는 아예 수단으로 이주해서 살았다. 그럼에도 다르푸르에 거주했는데 북쪽 알 파쉬르 다르푸르에서 살면서 2003년 거대한 사건과 마주하게 된다. 이는 오마르 알 바시르에 의해 벌어진 다르푸르 대학살(Darfur massacre)로 다르푸르 분쟁(War in Darfur)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수단의 주류 아랍인들은 백인에서 흑인에 걸쳐 있다. 그들 중 상당수인 흑인 자체도 아라비아 반도 등 중동과는 달리 원래 베쟈족 등 누비아 흑인들이 칼리프 오스만의 아프리카 정복 시기에 넘어온 아랍인들의 영향을 받아 아랍화된 사람들로 알려져 있다. 그로 인해 모국어를 아랍어로 사용하고 생활 습관 등도 달라진 엄연한 흑인종 아랍인으로 푸르족이라 불렸다. 이들은 시리아, 레바논 등의 백인 아랍인과는 다르다.


백인, 흑인, 히스패닉, 아시안이 모두 미국 국적을 갖고 있으면 미국인인 것과 같이 아랍인은 아랍어를 쓰는 사람들에 대한 민족 개념 정도다. 수단이라는 국명 자체의 유래가 "흑인의 땅"이라는 빌라드 앗 수단에서 유래했고 북수단의 조상은 이집트 흑인 파라오 시대를 열었던 쿠시 왕조였다. 반면 남수단의 조상은 에티오피아와 연결되는 마쿠리아 왕국 및 알와 왕국이라 볼 수 있다.  

 

이 푸르족들도 민족 고유 언어로 푸르어를 사용하지만 나라의 공용어도 아랍어이고 종교활동에 아랍어가 중요하기 때문에 링구아 프랑카로 일정 수준 이상의 아랍어를 쓰고 있어 이들이 흑인이지만 흔히 생각하는 흑백갈등과 같은 인종갈등이 아닌, 같은 흑인에 같은 무슬림, 같은 아랍어를 쓰는 사람들 중 다른 부족끼리의 토지를 두고 일어나는 갈등에 더 가까웠다. 유엔 보고서에도 다르푸르는 양자는 같은 언어(아랍어)를 쓰고 같은 종교(이슬람)을 믿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1980년대 초반, 이상 기후로 인해 사막이 확장되면서 물이 모자라게 된 아랍계 베두인 유목 부족들이 남쪽으로 밀려 내려와 아랍화된 누비아계 흑인 농민들과 충돌하기 시작했고, 이웃한 리비아와 차드 등지에서는 무기가 밀반입되면서 두 집단의 충돌은 유혈사태로 번지게 된다. 이에 아랍계 민병대 '잔자위드'는 수단 알 바시르 정부의 비호 아래 학살, 고문, 성폭행, 방화, 약탈 등을 저질렀고 함단 다갈로는 잔자위드 집단에 가입하여 아주 잔혹한 면을 보여주었다. 

 

2003년 2월 잔자위드에 맞서는 반군이 조직되자 정부군은 잔자위드와 함께 소탕을 명분으로 한 조직적인 학살 행위를 벌이게 되었고 알 바시르 대통령의 눈에 들게 된다. 알 바시르 대통령의 총애를 받은 함단 다갈로는 뛰어난 리더쉽과 잔혹성을 바탕으로 군부의 실력자가 되었고 2013년 4월에는 알 바시르 대통령의 제안을 받고 민간 신속지원군(Rapid Support Forces, RSF)을 창설하게 된다. 함단 다갈로가 창설한 RSF는 수단 정부의 준군사조직으로 잔자위드 군벌이 주축를 이루고 있으며 창설 당시에는 수단 정부 산하 조직으로 시작했고 종합정부국의 소속이었다.


한편 러시아는 2010년경부터 아프리카 내 분쟁지역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대해 오고 있었다. 러시아는 지난 수년간 어떠한 외부행위자보다도 많이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했고 수단 최대 무역항인 포트수단(Port Sudan)에 러시아 해군 물자와 더불어 기술 지원 기지를 건설하려 했다. 이는 상당한 이득이 남는 것이기에 알 바시르 대통령이 본인의 비자금 유통 및 각종 비리 사업을 위해 러시아를 끌어들였다. 

 

2017년부터 양국은 이와 관련된 협상을 진행해 왔고 이 협상을 함단 다갈로에게 일임했기 때문에 러시아의 해군 기지를 들여오는 대신, RSF에 군사 무기 지원 및 훈련을 담당할 자들을 보내달라 요구했다. 그러자 러시아는 대량의 무기를 지원하고 RSF 민간 군사들에 대한 훈련 교관까지 파견한다. 이 때 파견된 러시아 군사 집단이 예프게니 프리고진의 "바그너 그룹"이다. 함단 다갈로의 RSF는 "바그너 그룹"의 교관들의 엄격한 군사 훈련을 받아 성장했다. 그리고 최신 무기들도 러시아로부터 사들여 수단 정부군 못지 않은 무력을 갖추게 되었다. 


수단 3차 쿠데타가 발생하여 정부군과 혈전을 벌이고 있는 현재 RSF 군대의 무기는 대부분 러시아제 무기로 보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러시아 정부가 이들 내전을 중재하지 않고 더욱 키운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2019년 4월, 정식군부이자 수단군 사령관인 압델 파타흐 알 부르한(Abdel Fattah al-Burhan)이 미국과 서방의 사주 및 지원을 받아 쿠데타를 일으켜 알 바시르 대통령을 축출했을 때 함단 다갈로는 RSF를 동원해서 쿠데타를 지원했으며 당시 수단의 대통령이자 본인을 키워준 주군인 오마르 알 바시르를 축출하는데 일조를 했다. 

 

이에 알 부르한이 다시 2021년 10월 수단 쿠데타를 일으켰을 때도 RSF를 통해 알 부르한을 도왔으며 이 공적을 인정받아 알 부르한이 정권을 장악한 후 2인자 자리까지 오르게 된다. 그러나 RSF의 강력함을 확인하고 함단 다갈로의 정치적 입김이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알 부르한은 다갈로를 견제하려 했다. 이러한 함단 다갈로에 대한 견제는 RSF의 해체와 더불어 RSF의 사병 병력들을 정규군에 편입시키겠다고 선언하게 되자 다갈로는 강력히 반발한다. 이로써 알 부르한과 다갈로는 사이는 벌어지게 되었고 이는 내전의 단초가 된다. 


그런데 다갈로는 알 부르한에게 자신의 RSF 병력들을 해체, 수단 정규군에 편입시키는데 10년간의 기한을 달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알 부르한은 자신의 주인이었던 알 바시르를 배신한 이력을 알고 있던 다갈로를 믿지 않았다. 게다가 언제든지 다갈로가 쿠데타를 일으킬 수 있기에 알 부르한은 이를 거절했다. 결국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 것이다. 알 부르한과 다갈로가 갈라설 수밖에 없는 것은 국제적 지원을 받는 국가도 달랐다.

 

다갈로는 친러성향의 인물이었던 반면 알 부르한은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서방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추구하는 친서방적인 성향을 갖고 있던 인물이다. 그러니 서로 외교적인 입장에서 견해 차가 상당했던 것이다. 결국 2023년 4월 15일 정규군 편입을 반대하는 RSF와 수단 정부군 간의 내전이 발생한다. 양측은 무차별적으로 서로를 살상하고 있으며 내전 발발 6일째인 4월 20일에는 민간인도 300명 이상 사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갈로는 트위터와 알 자지라 언론의 인터뷰를 통해 알 부르한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을 공식화했다. 더불어 그는 오마르 알 바시르를 다시 집권시키려고 계획했다면서 알 바시르의 30년 독재 정권에 치를 떨었던 시민들에게 그에 대한 선전전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다갈로에 견해에 따르면 자신들은 이슬람 극단주의 정권인 오마르 알 바시르의 재집권을 막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선전전에 불과한 것인지, 실제로 알 부르한 그와 같은 알 바시르의 복권을 추진하고 있는지에 대한 진위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내전은 격화되었고 결국 수단 시민만 전쟁터에서 끊임없이 희생되고 있는 실정이다. RSF가 창설될 당시에는 5,000명에서 6,000명 남짓한 군대였지만 2023년 4월 기준으로는 10만 명이 넘었다고 보고가 있어 쿠데타에 이은 내전은 쉽게 종결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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