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7-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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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부터 시작된 EU 의회 선거가 어제 9일에 끝나고 현재 개표 중에 있다. 지난 5년 전과 다르게 이번에는 브렉시트로 인해 탈퇴한 영국을 제외하고 EU에 속한 모든 국가가 치르게 된다. 이번 선거에는 영국의 탈퇴 이후, 처음 치뤄지는 선거라 EU 의회 내 회원국들의 할당 의석이 재조정되어 27석이 프랑스를 포함한 회원국들에 추가적으로 할당되었으며, 46석이 줄어들어 총 705석으로 줄어들었다. 일부 국가 출구 조사와 선거 전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1차 예측 결과를 발표한 것에 따르면 예상대로 극우 세력의 정당들이 크게 약진했다. 프랑스 EU 의회 선거 출구 조사 결과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RN)이 약 32%의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으며 독일은 보수 성향 기독민주당(CDU), 기독사회당(CSU) 연합이 29.5%의 득표율로 무난하게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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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프랑스 파리 EU 의회 선거 유세 포스터들 사이에서 현지인이 지나가고 있다. 출처 : ekathimerini.com, Michael Probst / AP

 

여기에서 특이한 점은 독일대안당(AfD)이 상당한 선전을 보였다는 것에 있다. 이 정당은 EU 의회 선거를 앞두고 뇌물 스캔들과 나치 옹호 발언 등으로 물의를 빚어 EU 의회 ID에서도 퇴출당했었지만 그래도 독일 국민들 상당수의 지지를 얻었다. 이처럼 유럽 내에서 우익 세력이 득세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유럽 극우파들은 타 지역들과 비교했을 때 보통 종교적 근본주의나 극단적 반공주의 좌익보다는 세속적인 내셔널리즘에 기반한 경우가 대부분으로 나타난다. 물론 세속적 서양 극우파들도 기독교를 내세우는 경우도 많은데 대게 교리에 기반한 기독교 근본주의가 아니라 세속적 기독교 정체성주의이다. 대표적인 것이 독일의 기민당이나 기사당이다. 다만 동유럽 지역과 일부 서유럽, 남유럽 나라들도 예외로 종교적 근본주의와 민족주의가 합쳐진 혼종 극우도 존재하지만 이런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런데도 유럽 내에서 이같은 극우세력들이 다시 환대 받는 이유는 정세 불안으로 인한 경제 악화, 그리고 이를 만회하지 못하는 기성 정권에 대한 불신과 이들의 무능에 대한 규탄, 그리고 책임 지지 못할 각종 포퓰리즘 정책과 더불어 리버럴리티들과 좌파 세력의 공조로 이루어진 무분별한 난민 입국, 그리고 최악의 물가 상승 등이 한꺼번에 겹쳐서 그렇다. 이러한 반(反) 이민주의는 새로운 내셔널리즘(Nationalism)의 고취로 이어지며 그로 인한 변형적인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로 이어진다. 물론 모든 정체성 정치가 극단주의와 결부되는 것 또한 아니지만 현재 같은 상황에서 충분히 극단주의와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를 통해 여러 정체성의 특수성이 부각되면서 여론은 수많은 갈래로 분열한다. 이렇게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황에서 각 집단은 극단주의화 될수록 유리하다. 


특히 유럽에서 고조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으로 볼 때, 극우 특유의 선민의식(Elitism)과 피해의식(Victim mentality)을 한꺼번에 주입시켜 타 민족에 대한 배타성(Exclusion) 및 공격성(Aggression)을 발동시키고 선동하는 것에 특화된 방향으로 진화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처럼 변화되어 가는 것의 일례로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독일을 들 수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의 패배 이후, 베르사유 조약이라는 독일 역사상 최악의 치욕을 당하며 막대상 배상금까지 떠 안게 된 독일은 모든 국민들이 좌절한 상태였고, 무능한 정부와 사회에 대해 불만과 불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히틀러가 나타나 자신들이 좌절하게 된 것에는 무능한 정부와 유태인들 때문이라는 인종적 배타성(Racial Exclusion)으로 몰아갔고 이러한 피해의식들이 모여 또 다른 군중심리(Herd mentality)가 형성되었다. 그러면서 이는 강한 공격성(Aggression)을 띄게 되어 결국 유태인, 로마인(집시) 등의 타 인종, 민족 말살로 이어진다.


그 다음 상대는 베르사유 조약에서 자신들, 독일인들에게 잊지 못할 좌절감을 안겨 준 영국, 프랑스 등의 외부세력이었다. 그러면서 발생한 것이 제2차 세계대전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생하게 된 것은 좁게 보면 전범들인 나치와 히틀러의 광기이지만 그 광기를 불러 일으킨 것은 패전국인 독일을 아예 빈사 상태까지 압박하고 몰아갔던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승전국들이었다. 이러한 역사적 교훈으로 볼 때, 자국민들을 벼랑 끝까지 몰고 간 이들은 좌익과 우익의 리버럴리티들, 현재 집권하고 있는 EU의 인사들이었다. 거기에 자국민들은 분노를 느끼고 있으며 그들끼리 새로운 내셔널리즘(Nationalism)을 주창하고 있는 것이다. EU 각 국의 국민들은 우선 자국민들에 대한 복지와 복리, 그리고 자국민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를 원하고 있다. 더 이상의 난민을 거부하며 자국 경제를 회생시키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빠른 종식과 더 이상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중단까지 요구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반대의 입장이 나올 수 있다. 어쩌면 이러한 유럽의 어려움에 대한 타개 책에서 이 모든 상황이 러시아 때문이라 상정하고 국민들에게 이를 설득시켜 러시아에 대한 적대 및 히틀러 때처럼 전쟁을 획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히틀러가 그러했던 것처럼, 내부가 나치당에 의해 안정되자마자 불만의 화살을 영국과 프랑스에 겨누었던 것처럼 모든 원인의 그 다음이 원흉이 러시아라며 러시아에게 겨눌 수도 있는 것이다. 정말로 그러한 상황이 된다면 우려하고 있던 제3차 세계대전의 트리거는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U 의회에 누가 들어가느냐에 따라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여기에 있다. 저들의 극우 정당들이 이기고 있다해서 마냥 좋아해서도 안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반(反) 이민과 그린딜(Green Deal, 탄소중립목표 달성을 위한 EU 정책) 반대를 내세우는 극우 정당들을 여전히 믿을 수 없는 것이 그 동안 러시아에 대해 강경 노선들을 취해 왔던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집행위원장이 조르자 멜로니(Giorgia Meloni) 이탈리아 총리에게 연정 및 협력 가능성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물론 집행위원장 재선을 위해서는 EU 의회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안정적이기 때문에 멜로니 총리가 속한 EU 의회 정당 보수 개혁 연합과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이처럼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EU는 히틀러가 행했던 인류사의 잔인한 폭력성을 되돌아봐야 한다. 지난 6일, EU 의회 선거가 한창 진행 중일 때, 프랑스의 노르망디에서는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을 맞아 행사를 치뤘다. 이 행사에서 세계 대전을 종식시키는데 최대 공을 세운 러시아 (당시 소련)을 배제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를 참석시켰다.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나치고 뭐고 따지기 전에, 소련의 역사를 지우고 소비에트의 일원이었음을 부정하는 젤렌스키를 초정한 것은 큰 행사의 의미를 퇴색시킨 셈이다. 그 또한 서유럽은 히틀러와 나치가 행했던 교훈을 잊은 것이나 다름 없다. 이번 EU 선거를 특별하게 보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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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의회 선거 결과에 따라 국제정치의 다변화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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