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7-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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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쿠스 죄더 독일 바이에른 주 총리와 함께 축하하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위원회 위원장(사진=BBC)

 

이번 유럽의회 선거 결과는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에게 치명타를 가했다. 유럽의회 선거는 유럽 연합회원국들이 자국의 선거법에 따라 정당에 투표하며, 그 결과에 따라 각 회원국은 인구에 비례해서 할당된 의석수 내에서 당선인을 배분해 유럽의회 의원을 선출한다. 프랑스의 경우에 할당된 의원 수는 총 720석 중 81석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정당 지지율인데, 프랑스 집권 여당인 중도성향의 자유당 그룹에 속하는 ‘르네상스당’은 약 14.5% 정도를 득표했던 반면, 극우 성향의 ‘정체성과 민주주의’에 속하는 ‘국민연합’은 약 31.4% 정도를 득표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기준으로 총선을 생각해 보면, 집권 여당은 전체 하원 의석 577석 중 현재 249석이니까, 그 절반 정도인 125∼155석 정도가 될 것이다. 이와 반대로, 국민연합은 현재 89석보다 150석 정도가 많은 235∼265석 정도가 될 것이다. 원래 정치 일정대로 총선이 실시된 경우에, 집권 여당은 완패가 될 수밖에 없다.


사실 유럽의회 선거 결과는 각국 집권당에 관한 중간평가의 성격이 강하다. 마크롱 대통령이 속해 있는 제3당인 중도 자유당 그룹은 현재 102석에서 79석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와 반대로 극우 정당인 정체성과 민주주의가 현재 49석에서 58석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여기에 이탈리아의 멜로리 총리가 속하는 극우 정당인 ‘이탈리아 형제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는 ‘유럽의 보수와 개혁’이 현재 69석에서 73석으로 늘어나게 되면, 이 두 정치 그룹의 예상 의석수는 합쳐서 128석이 되기 때문에, 제3당이 자유당 그룹을 앞지르게 될 것이다. 거기에 무소속과 기타 정당의 의석수가 100석 정도로 극우에 가깝다고 하면, 이번 유럽의회 선거 결과는 극우파의 약진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러한 결과를 인정하면서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이라는 카드를 제시했다. 프랑스의 의회해산권이 대통령에게 있으므로, 마크롱 대통령은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통해 프랑스 국민에게 선택권을 돌려주면서 표심의 결과에 따르려는 것이다.


그런데 외견상으로 이것은 분명히 ‘국민연합’의 허를 찌른 것이다. 르펜은 유럽의회 선거 결과의 기세를 몰아 원래 정치 일정대로 진행하게 되면, 2027년 4월에 대통령 선거에서 2022년에 패배를 설욕하게 되고, 그해 6월에 총선이 실시될 것이니까, 총선도 승리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현재 프랑스의 정치 상황으로 보아 이 시나리오는 가능한 시나리오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이 원래의 정치 일정을 뒤집어서 3년이나 앞당겨서 조기 총선을 실시하게 되면, 그 결과에 따라 르펜도 대통령 선거 때까지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기 때문에, 얼마든지 다른 변수들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에 당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욱이 현재 국민연합의 대표인 바르델라도 현재는 르펜과 함께 하지만, 그 결과에 따라 다른 행보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 반대라면, 총리가 바르델라가 되면, 르펜은 대선후보로 나갈 것이다. 이것은 극우파가 대통령도 총리도 되는 최악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중도성향으로 프랑스의 정치지형으로 보면 주류 정치와 다소 거리가 멀고 이른바 제3의 길이라고 볼 수 있다.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그는 1차 선거 결과로 24.01% 득표율을, 2차에서는 66.10% 득표율로 당선했다. 프랑스 대통령의 임기는 과거에 7년이었지만, 시락크 대통령 재임 때 임기를 5년으로 단축했고, 1번 연임은 가능하다.


마크롱 대통령은 2022년에 1차에서 27.85% 득표율을 기록했고, 2차에서는 58.54% 득표율로 재선으로 당선했다. 이러한 양상으로 보면 마크롱 대통령은 결선에서 표심을 모으는데 분명히 일가견(一家見)이 없지는 않다. 사실 그는 제3의 길을 지향하다 보니, 자신의 취약한 지지기반으로 인해 때론 좌충우돌과 돌출발언으로 많은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 카드는 현재의 시점에서 보자면, 녹록하지 않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극우파가 약 29.5% 지지율을, 좌파가 약 18.5% 지지율을, 중도파가 약 18% 지지율을 보인다. 이번에 마크롱 대통령의 총선 조기 실시에 관해 프랑스의 원로정치인들도 극우파의 집권을 걱정하고 있으며, 오히려 지금과 같은 여세로 극우파에게 집권의 기회를 준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거기에 정통 우파인 ‘공화당’의 시오티 대표가 ‘국민연합’과 동맹을 제안했다가, 제명 위기로 번졌다. 아무리 그대로 나치독일에 맞서 드골주의 노선을 고수하고 있는 정통우파 정당의 대표가 극우파인 ‘국민연합’과 손을 잡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 개인적 의견이라고 해도, 극우파와 협력하지 않는다는 정치적 금기를 깬 것은 정도(政道)를 넘어섰다는 당 안팎에서 강한 반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초라한 공화당의 현재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좌파 연합(‘굴복하지 않은 프랑스’, ‘사회당’, ‘녹색당’, ‘공산당’)도 공천 문제로 균열의 조짐이 벌써 나타나기도 한다. 극우파에 맞서 4개의 연합체로 이루어진 좌파 연합은 극좌 성향의 멜랑숑 대표가 온건파를 공천대상에서 배제하려는 움직임으로 내분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 국민은 프랑스 현재 당면한 문제의 해결에 있어 많은 문제가 정치적으로 있지만, 그래도 극우파 집권만은 안 된다는 생각에 전국적으로 시위에 나섰다. 수십만의 시위 인파가 반극우세력 연대의 물결로 가득 채우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이러한 점에서 일종의 도박과 같은 정치적 승부수를 과감하게 그리고 빨리 던진 것은 직접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방식의 하원 선거(총선)에서 중도파를 끌어들이려는 정치적 계산이다.


물론 마크롱 대통령으로서는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 실시라는 카드 이외에 다른 마땅한 카드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집권 여당의 의석수는 총 577석 중 250석으로 야당 전체가 327석보다 적다. 그러다 보니 각종 정부 정책이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중도파가 그동안에 외연을 확장하지 못하고 엉거주춤한 상태로 손익계산만을 분주히 했을 뿐, 실질적으로 프랑스가 당면한 문제를 스스로 정치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다는 자성과 성찰이 우선 필요하다.


극단주의가 득세하는 것은 현재 집권 세력이 당면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할 의지와 비전 그리고 국민의 기대에 부합하는 신뢰를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각종 개혁과제와 경제침체 등등으로 인한 국민의 실망감과 분노, 젊은 층들의 미래에 관한 절망감 때문이다. 또 거기에 편승해서 포퓰리즘적인 정책 남발로 극우파가 표심을 파고들면서, 마치 금방이라도 자신의 정책이 수행될 수 있는 것처럼, 표심을 흔들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극단주의가 득세하게 되면, 그 역풍은 누구도 어떤 세력도 결코 막을 수 없게 된다. 또 극단주의가 프랑스적인 정서와 전혀 합당하지 않다는 것은 이미 프랑스사를 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프랑스 국민은 마크롱 대통령과 여당을 지지해서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나치독일의 치욕과 악몽을 경험했기 때문에, 극우파의 집권만은 안 된다는 생각으로 거리에 나선 것이다. 왜냐하면 정치적 극단주의란 결국 서로를 스스로 파멸시키는 것일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성취로 이루어 놓은 모든 것을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조기 총선을 앞두고 각 정파는 합종연횡을 통해 의회 권력에 서로 다가가려고 하지만, 누가 갈 수 있는지는 전적으로 프랑스 국민의 선택에 달려 있다. 만일 ‘대이변’이 일어날 경우, 프랑스는 격동에 휩싸일 것이고, 마크롱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에 상당한 사임 압박에 더욱 시달릴 것이다. 현재의 조기 총선으로 인한 일시적 혼란보다 더 큰 혼란이 벌어진다면, 사실 극우파는 오히려 역풍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극우도 극좌도 싫다면, 이번 총선의 투표가 최선도 최악도 아니라면, 결국 프랑스 국민은 차악(遮惡)의 선택권을 행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거기에 마크롱 대통령의 어설프지만, 현재로서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카드일 것이다.


그러나 그 카드가 독배도 될 수 있을 것인데, 그렇다면 아마도 마크롱 대통령은 독배를 마신 이후 시간이 좀 지나서 독배였음을 알게 될 수도 있지만, 이와 반대로 처음부터 독배가 아니었는데, 마크롱 자신이 독배로 먼저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둘 중 어느 것이든 이번 프랑스 조기 총선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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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 선거 결과, 마크롱 대통령의 조기 총선 카드는 독배인가 아니면 승부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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