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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그래픽이다.(그래픽=저널인뉴스)

 

최근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매우 위험한 발언을 표명하면서, 정치적 파장을 몰고 왔다. 이것은 프랑스 핵무기가 유럽 방위의 일부분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언급한 발언이다. 즉 프랑스의 핵무기가 자국 방어를 위한 목적을 넘어서서, 유럽의 핵 억지력 강화로까지 나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러한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은 프랑스의 핵 교리에도 분명히 어긋날 뿐만 아니라, 핵 강국인 러시아에 대한 자극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발언이다. 프랑스가 핵보유국이 된 까닭은 적은 핵무기로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외부의 실질적 위협으로부터 자국 영토를 독자적으로 방어하려는 의도 때문이었다. 


또 핵무기는 재래식 무기의 열세를 만회할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이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참담한 패배를 경험했던 프랑스로서는 이 점이 특히 중요했다. 사실 프랑스는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여러 번 핵실험을 남태평양에서 실시했으며, 지하 핵실험도 감행했다. 


아직도 세계 곳곳에 해외령이 남아 있는 프랑스로서는 세계에 어디서든지 자국의 영토에 대해 위협이 된다면, 이에 대한 핵 반격도 염두에 두고 있다. 물론 이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샤를 드골 대통령이 프랑스의 핵무장을 추진했던 것은 미국의 핵우산 정책에 대한 신뢰성 때문이다. 거기에는 유럽이 당시 소련의 재래식 공격을 받았을 때에, 미국이 과연 핵 보복을 선제적으로 할 것인지, 그리고 이때 어떤 사용조건인지에 관해 드골 대통령의 합리적 의심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핵 보복을 감행할 때 내세웠던 전제조건은 소련의 재래식 공격이 나토를 압도했을 때, 혹은 유럽이나 미국이 소련으로부터 핵 공격이 임박했을 때이다. 그런데 두 경우 모두 언제든 그러한 조짐이 보인다면, 미국은 핵무기를 통한 선제공격도 불사하겠다는 뜻도 된다. 


실로 무시무시한 얘기다! 드골 대통령은 아마도 이러한 미국의 선제공격이 소련의 맞대응으로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이 있을 것인데, 이를 감수하고라도 과연 그렇게 선제공격을 감행할 군사적 능력이 미국에게 있느냐라는 의심이 들었다. 그런데 이를 뒤집어 보면, 프랑스의 핵무장이 이 두 가지 조건을 상쇄하는 것이기도 하다. 


즉 프랑스의 핵무장이 소련의 재래식 무기에 대한 나토의 열세를 만회하고, 대소 핵전략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도 이러한 조건이라면, 프랑스의 핵무장을 굳이 반대할 필요가 없었다. 물론 이것은 외교적 협상에 따른 결과이다.


프랑스는 약 3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사거리가 300-500 킬로미터 정도인 공대지 순항미사일과 사거리가 약 10,000 킬로미터 정도인 잠수함 탑재 탄도미사일, 사거리가 약 3,500 킬로미터 정도인 지상형 중거리 탄도미사일 등등이 있다. 또 프랑스는 핵추진 항공모함을 통해 핵무기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프랑스의 핵무기는 그 사용에 있어서 분명히 외부로부터의 명확한 위협을 전제한다. 사실 프랑스는 핵무장 이후로 핵무기를 사용할 만큼 외부로부터의 명확한 위협이 없었다. 그 때문에 프랑스는 핵보유국이지만, 이를 실제로 사용하지 않았으며, 그 대신에 외교를 통해 국제사회에 영향력을 유지하곤 했다.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유럽은 러시아에 대한 긴장도가 높아졌다. 그러나 이를 근거로 프랑스의 핵무기를 유럽 방위에 활용하려는 시도는 타당하지 않다. 프랑스는 우크라이나로부터 약 2,100 킬로미터, 러시아로부터 6,200 킬로미터 떨어져 있어서 사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적 영향도 없다. 


특히 프랑스 자체의 영토에 아무런 위협이 존재하지 않는데, 핵무기로 유럽의 억지력을 강화하는 것은 오히려 프랑스 자체의 방어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크다. 마크롱 대통령의 핵무기 발언은 당장 러시아의 거친 비난을 받았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은 매우 현실적이지도 않고, 아무런 실익도 없다. 


다른 말로 하면 이것은 프랑스의 핵무기를 러시아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동유럽 쪽에 전진 배치하는 것을 뜻한다. 이에 관해 가장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국가는 독일이다. 전범국인 독일은 핵무기를 보유하지도, 배치하지도 못하기 때문에, 프랑스의 핵무기를 활용하면서, 그 비용을 어느 정도 부담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나쁘진 않다. 


그런데 독일의 이러한 태도에는 차후 재무장이 진전되면, 핵무장도 배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매우 위험하다!


프랑스가 말하는 외부 위협이라고 것도 현재 시점에서 보면 러시아일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프랑스의 위협이라고 말하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물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가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교적 노력이 실질적으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 유럽연합의 핵심축인 프랑스가 핵무기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의도는 이해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의 핵무기 발언은 오히려 자신의 조급함을 노출하는 것에 불과하고, 더 나아가 러시아의 핵전쟁 위협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갖고 왔다. 실로 무모한 정략적 발언이다!


프랑스의 핵전력이 러시아에 비해 수적으로 열세인 상황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무모한 발언은 러시아를 자극함으로써, 자칫 유럽 자체를 파국으로 몰고 올 수도 있다.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기전으로 인해 우크라이나가 수세에 몰리고 있는데, 이 전쟁이 유럽 전체로 확장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토와 러시아의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고, 이는 실로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것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는 누구도 바라는 바가 아니지만, 그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되기는 어렵다. 실제로 핵무기를 직접 사용한 국가는 미국이 유일한데, 이를 통해 한 가지는 확인할 수 있다. 


즉 핵무기의 가공할만한 위력이 전쟁을 빨리 끝내는 데 효과적이었다. 이때는 일본이 핵무기를 갖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 서로 핵보유국이라면, 이 유용성은 전혀 타당하지 않다.


마크롱 대통령의 핵무기 발언은 아무리 정치적이라고 해도 러시아와의 관계를 적대적 관계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오히려 그 발언이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핵무기가 언제든 어디서든 프랑스를 겨누고 있음을 공언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러시아의 핵무기가 프랑스를 겨누면, 사실상 유럽 전체를 언제든 핵 전쟁터로 만들 수 있다. 


거기에는 러시아가 지금까지 한 번도 핵무기를 직접 사용하지 않았지만, 그럴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해서 별로 현실적 이득이 없기 때문이라는 명확한 명분도 있다. 요즘 러시아가 핵전쟁 연습을 벨라루스와 공동으로 벌이는 것도,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과 신형 무기를 실전 배치하고, 러시아 군대를 현대화하는 것도 이를 유럽에 인식시키기 위함이다. 


그와 같은 명분은 러시아의 인내심과 연관되어 있는데, 이를 누구든 자극하면 언제든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유럽 안보에서 러시아와 등을 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데 현실은 오히려 이와 정반대로 진행되니까, 유럽연합 스스로가 국제적 지도력을 포기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다른 것은 몰라도 한 국가의 책임 있는 지도자가 핵무기를 섣불리 언급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이에 동조하는 지도자도 유럽 전체를 자칫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것을 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이를 계기로 군비경쟁에 가세하는 것도 과연 과거의 악몽을 실로 망각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일부에서는 프랑스 대통령의 돌출발언에 가까운 언급이 자국 원전 수출을 동유럽에 확장하고, 또 유럽산 무기의 판매와 취득을 강화하려는 마크롱 대통령의 포석이 깔려 있다고 보기도 한다. 


또 프랑스가 핵무기를 언급하는 것은 유럽연합과 나토에서 프랑스의 지도적 역할을 보여줌으로써, 영국이나 독일을 은근히 견제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유럽의 안보에서 주도권을 프랑스 쪽으로 갖고 오는 방법이 핵무기 보유를 통해 러시아와 껄끄러움을 어느 정도 감안하는 것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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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통령의 발언, 유럽 전체의 파국이 될 수 있는 위험한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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