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8-16(금)
  • 로그인
  • 회원가입
  • 지면보기
  • 전체기사보기
 

전쟁이 2년을 넘기면서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는 군부 내 혼란이 잇다르고 있는 상황이다. 젤렌스키는 지난 6월 24일 러시아군의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밀리고 있는 동부 지역 지휘관인 유리 소돌(Юрій Содоль) 연합군 사령관을 안드레이 흐나토프(Андрій Хнатов) 준장으로 교체했다고 한다. 

 

소돌 사령관은 발레리 잘루즈니 총참모장을 경질했던 지난 2월의 군 개편 과정에서 연합군 사령관으로 기용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젤렌스키는 자신의 권력에 위협이 되는 잘루즈니 총참모장의 군 인맥들을 숙청하는 과정에서 발탁한 것인데, 성과가 지지부진하자 4개월만에 현직에서 잘라버렸다. 


450762685_8073264126065917_8373463820827214966_n.jpg
사진 : 우크라이나 유리 소돌(Юрій Содоль) 연합군 사령관, 출처 : Алексей Зён의 페이스북

 

젤렌스키는 소돌 사령관의 경질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물론 우크라이나 1+1 뉴스에서는 동부 전선의 방어 실패에 따른 문책이라고 분석했지만 러시아 언론에서는 그 분석이 조금 다르게 표현되고 있다. 이는 잘루즈니 총참모장의 경질 이후, 우크라이나군 내부에서 벌어지는 권력 투쟁 중의 하나로 본다. 

 

구소련의 군 출신 지휘관들과 구소련을 겪어보지 못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사상을 가진 지휘관들 간의 세대 갈등과, 진영 및 이념 투쟁, 그리고 정계 일부 인사들이 자신들의 세력을 키우기 위한 군부의 편가르기까지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젤렌스키는 지난 5월 20일부로 대통령 임기가 만료되어 정식 대통령도 아니다. 군부 내에서는 헌법까지 무시해가며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는 젤렌스키의 군 통수권을 인정해야 되는지도 군부 내에서 흘러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로 인해 젤렌스키에게 있어 군부 내 지휘 체제를 장악하느냐 마느냐의 또 다른 시험대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의하면 지난해 6월 러시아군 지휘 체제를 흔들어 살짝 궁지에 몰게 만들었던 군사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군사 반란 미수 사건의 상황을 현 상황과 비교했다. 군부 내 갈등으로 당시 프리고진은 군사령관을 멍청한 작전으로 부하들을 죽음으로 몰아 넣은 게라시모프와 쇼이구를 무능한 지휘관으로 규정했다. 

 

그래서 그들의 해임을 요구한 프리고진의 언론 플레이와 여기에 동조하는 군사 블로거, 그리고 평소 이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한 일부 정치인 등으로 볼 때 러시아의 그때와 아주 유사한 모습이다. 그리고 경질된 소돌 사령관은 개전 초기의 격전지 도네츠크 주(州) 마리우폴 저항 부대를 이끌었던 공로를 인정받아 '우크라이나의 영웅'이라는 칭호까지 받았던 인물이다. 이어 그는 지난 2월 합동군 사령관에 보임되어 해임되기 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은 현 총참모장 아래, 지상군과 기계화 및 전차군, 로켓 및 포병, 방공군, 육군항공부대 등 4개의 예하부대와 공군, 해군, 공수부대, 특수작전부대, 영토 방위군, 무인 시스템(드론) 부대, 합동군사령부, 병참사령부, 지원군사령부, 통신 및 사이버보안군 사령부, 의무사령부로 구성되고 있다. 이들 중 2019년 12월에 창설된 우크라이나 합동군사령부는 다양한 군사 작전, 나토군과의 종합 군사 훈련이나 해외 평화 유지 임무 수행 등을 수행하기 위해 편성된 부대이다. 

 

이들은 현재 도네츠크 동부 전선의 일부 지역 방어를 맡고 있는 것으로 보여 진다. 그러나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분쟁에 참전했던 민족주의 성향이 짙은 군대에 기반란 아조프 연대의 핵심 지휘관인 보그단 크로테비치(Богдан Кротевич) 참모장은 최근 소돌 사령관에 대한 전면적인 비난에 나섰다.


크로테비치 장군은 2022년 마리우폴의 아조프스탈 제철소 방어전 때 소돌 사령관이 수많은 전쟁 범죄들을 저절렀다며 국가 수사국(SBI)에 진정서를 내고 언론을 통해 마구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는 바그너 그룹의 수장 프리고진이 러시아군 정규 지휘관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비난하던 작년 모습과 유사하다. 

 

그리고 비판한 이유도 프리고진이 했던 것과 거의 비슷하다. 소돌 사령관이 결사항전을 벌이는 아조프 연대에 무기와 탄약은 추가로 지원하지 않으면서 무모한 공격 명령을 내려 수많은 군인들을 전사하게 했으며, 마리우폴에는 단 1시간도 머무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여당인 '인민의 종' 소속의 한 여성 의원은 러시아군이 도네츠크 방어선을 돌파하고 있을 때 현지 최고 사령관인 소돌이 오데사의 펍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폭로했다.


이와 같이 아조프 연대와 소돌 사령관 간의 충돌의 배경에는 옛 소련군 출신의 지휘관과 2014년 이후 등장한 민족주의자 지휘관들 사이의 세대적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고르 루첸코(Ігор Луценко) 전 최고 라다 의원은 우크라이나군에서 현재 소련군 문화에 익숙한 나이 많은 고위 지휘관과 젊은 세대 사령관들 사이에서 갈등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 밝혔다. 

 

그리고 소련군 문화는 강압적이고 폭압적이며 매우 무능한 늙은이라 주장하면서 세대교체를 주장했다. 문제는 이에 따른 군 지휘 체계의 붕괴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아조프 연대가 소돌 사령관을 제거하는 데 성공한 사건은 향후 군 고위 지휘관에 대한 명령 불복종과 반발을 초래하며 군부 내의 쿠데타가 발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런데 군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군 내 갈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우크라이나군 지휘 체제가 한꺼번에 붕괴될 수 있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헌법 상 대통령 임기가 종료된 젤렌스키가 군부 내 갈등을 제대로 수습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따라서 작년에 있었던 러시아의 군사반란이 우크라이나군에서도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우크라이나는 조금씩 균열이 가고 있다. 어느 임계점에 다다르게 되면 그 때는 미국 등 나토가 돕고 싶어도 우크라이나 스스로가 급격히 무너질 공산이 크다. 다만 그 시기가 언제일지 아직 알 수는 없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의 상황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