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7-05(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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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지섭, 김동준, 곽도원 주연의 한국 영화 <회사원>을 보면 겉으로는 평범한 금속 제조 회사로 등록되어 있지만 알고 보면 "청부 살인"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회사를 소재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말 그대로 살인청부회사인데 이곳에는 일반 회사처럼 각종 부서들이 존재한다. 회계부, 영업부 등등, 겉으로 보면 그냥 일반 회사나 다를게 없다.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회사가 물론 영화 <회사원>과 같은 청부살인 회사는 아니지만 그와 궤를 같이 하는 회사가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 그 회사는 러시아의 <바그너 그룹>이다. 흔히 "바그너 그룹"을 두고 러시아 군인으로 혼동하는 경우가 많고 이들이 러시아군인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바그너 그룹은 러시아군이 아니다. 엄밀히 말해 "개인 사설 군사 조직"이며 러시아 경제에도 참여하고 증권 거래에 등록되어 있어 주식 투자도 가능한 "기업(Enterpris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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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아프리카에서 활동하고 있는 바그너 그룹, 출처 : DR, By 데니스 자키야노프(ДЕНИС ЗАКИЯНОВ)

 

그것도 러시아 내 "대기업(Major Company)"이라 볼 수 있다. 바그너 그룹은 "민간 군사 대기업"이고 일반 회사처럼 회계부, 영업부 등이 모두 갖춰져 있다. 흔히 바그너 그룹 소속으로 전선에 투입되는 군인들은 영업부 소속의 사원들로 전쟁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라 보면 된다. 이들은 당연히 전쟁터에 나오면 군인이지만 회사 소속의 회사원들이기 때문에 월급과 연봉, 성과급까지 모두 책정되어 있다. 그리고 일반 회사처럼 상사의 지시도 받고 회장의 명령도 받는다. 게다가 전쟁에 참여하여 전사라도 하게 되면 보험금도 책정이 되고 퇴직금도 받는다. 부상을 입으면 전액을 회사에서 지원하고 보험금도 지급된다. 원하는 기간에 따라 본인이 퇴사하고 싶으면 퇴사도 가능한데 퇴사해도 퇴직금도 나온다. 즉, 바그너 그룹은 군사 용병 그룹이고 출전하기 전, 고용한 자들과 계약서를 교환하고 계약에 따라 싸운다. 자본주의 체제의 러시아이기 때문에 자본주의에 입각해 당당히 계약하고 전쟁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러시아 정부와 계약하고 출전한 것이며 러시아 군부의 지휘를 받지 않는다. 그리고 총수는 푸틴 대통령이나 세르게이 쇼이구가 아니라 지휘자이자 총수는 회장인 예프게니 프리고진(Евгений  Пригожин)과 드미트리 우트킨(Дмитрий Уткин)이며 지휘권도 이들이 갖고 있다. 따라서 바그너 그룹에 속해 있는 회사원(군인)들은 푸틴이나 쇼이구, 게라시모프 같은 군부의 명령을 듣지 않는다. 그렇다면 바그너 그룹은 어떻게, 어떤 의미로 탄생되었을까? 


바그너 그룹은 예프게니 프리고진(Евгений  Пригожин)과 드미트리 우트킨(Дмитрий Уткин)이 공동으로 창업했다. 프리고진은 본래 요식업 사업가이면서 푸틴과 크레믈린에 요리를 제공하는 요리사 출신이었고 우트킨은 러시아 공수부대인 스페츠나츠 출신이자 퇴역 후, 러시아 마피아 생활을 했고 스킨헤드라 불리는 네오나치 조직에도 몸 담았건 인물이다. 프리고진의 경우, 사기, 절도, 매춘 알선, 조직 범죄 등 중범죄로 감옥에서 9년간 복역했었으며 긴 감옥 생활 동안 범죄를 후회하고 갱생하여 출소하자마자 핫도그 가게를 연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레스토랑 CEO까지 역임해 다양한 사업의 노하우를 가진 인물이다. 우트킨도 마찬가지로 마피아와 스킨헤드 생활로 인해 옥고를 치른 바 있다. 둘의 만남은 정확하진 않지만 우트킨이 프리고진의 레스토랑을 찾아와 리하르트 바그너의 음악을 듣고 감명을 받아 프리고진을 만나 공동사업을 제안했다고 한다. 


'바그너'란 명칭은 히틀러가 좋아했던 음악가 리하르트 바그너에서 유래했고 네오나치 출신이던 우트킨의 성향을 반영했다고 인터넷에서는 적혀져 있지만 여러 러시아 증언자들과 현지인들의 이야기들을 종합해 볼 때 프리고진의 레스토랑에서 들은 바그너의 음악이 모티브가 되어 회사명을 지었을 것으로 추측돤다. 둘은 바그너 그룹을 창업하면서 사설 군사 기업으로 성장했다. 프리고진의 CEO 마인드를 갖춘 사업 노하우와 우트킨의 스페츠나츠 시절 겪었던 군사 관련 노하우가 적절히 잘 조화되어 전 세계 각 분쟁 지역마다 뛰어들었다. 특히 우트킨은 네오나치였지만 러시아 민족주의자로 갱생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 프리고진과 더불어 범죄자로 감옥 생활하여 갱생했던 경험들을 긍정적인 요소에 투여하고 있다. 러시아의 교도소마다 돌면서 범죄자들에게 자신들의 경험을 들려주며 사회인으로 다시 기회를 주고 전쟁터에서 조국인 러시아를 위해 봉사하여 제2의 인생을 살게 해주겠다고 죄수들을 설득했다. 특히 범죄 전과가 있는 자들도 같은 방식으로 설득하여 바그너 그룹의 회사원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바그너 그룹은 2013년에 창립되었으며, 금전적인 빚이 있는 전직 군인 및 특수부대 출신들까지 고용하여 러시아군의 사상자 수를 줄이거나, 혹은 군 병력을 투입하려는 상대 국가에 주권 침해에 대한 우려로 인해 국제적인 여론이 부담되는 지역에 주로 고용주들과 계약하여 군을 투입하였다. 바그너 그룹이 최초로 모습을 드러낸 때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 반도 합병으로 인해 러시아의 군사정보 기관이자 첩보부대인 GRU와 함께 크림반도 합병 작전에 참가했고, 이듬해 봄에는 우크라이나 동부를 주 활동 무대를 이동하여 루한스크, 도네츠크 지방의 반군들을 지원하며 우크라이나군과 교전하기도 했다. 이후 시리아 내전, 사헬 내전, 모잠비크, 리비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3세계 국가와 동유럽의 우크라이나에서 돈바스 전쟁,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며 러시아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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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궁금해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선봉에 나섰던 바그너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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